혹사당하는 뇌... 가끔씩은 비워야 산다

혹사당하는 뇌... 가끔씩은 비워야 산다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24)

뇌는 지나치게 넘치면 위험하다. 뇌의 증상 중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건망증이다. 건망증은 기존 정보의 과잉으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이를 정리하거나 저장할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상태이다. 건망증이 오래 지속되면 심각한 뇌기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다른 신체기관도 그렇지만 특히 뇌는 사용과 휴식의 사이클을 리드미컬하게 지켜주어야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세하고도 예민한 기관이다. 너무 사용하지 않으면 뇌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인 두뇌회로가 새로 형성되지 않으며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또한 금방 둔화된다.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면 과부하가 걸려 곧 다운되기 직전의 방전상태가 된다.

 

현대인들의 문제는 뇌가 심심해하거나 휴식할 틈을 주지 않는 뇌 과로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휴대폰, TV등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들은 하루 종일 우리 뇌를 정보의 홍수 속에 노출시키고 이런 생활을 일주일 내내 하다보면 뇌는 항상 과로 상태이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컴퓨터가 필수적인 생활용품이 되고 컴퓨터보다 인터넷 접속이 더욱 편해진 스마트폰이 등장해 뇌의 과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정보과잉

중견기업 과장 박 씨가 부쩍 심해진 피로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잔 실수가 많아졌다. 그가 나를 찾기 직전에도 상사인 부장한테 불려가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에게서 유난히 도드라졌던 특징은 바로 휴대폰 중독증이었다. 휴대폰 중독증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해외여행을 갔을 때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아 중요한 연락을 받지 못해 낭패를 본 후부터였다. 스케줄이나 주소록, 메모 등이 모두 휴대폰에 입력돼 있어 휴대폰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야말로 업무마비 상태에 빠졌다. 나하고 면담을 하는 중에도 휴대폰에 눈길이 수차례 갔다. 인터뷰 말미쯤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면담 중이라 받지 못하니 그 순간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우선 전화를 받으시라고 해야 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메일에 들어가 자기에게 들어온 이메일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수시로 휴대폰을 통해 트위터나 문자보내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업무가 조금 한가하다 싶으면 인터넷 포털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정보수집에 여념이 없었다. 박 씨의 하루는 정보에 의한, 정보를 위한, 정보의 일상이었다.

이런 정보과다는 박 씨의 육체적 과로 못지않게 심각한 정신적 과로를 낳고 있었다. 나는 박 씨에게 아래 처방을 내렸다.

뇌를 비워 뇌를 살리는 법

-휴일은 휴대폰과 컴퓨터를 꺼두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놓으면 매우 불안해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영화관이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 중일 때에 전화를 못 받는다고 큰일이 생긴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말거나 서너 번 이상 울린 다음 받아라. 전화가 오자마자 부리나케 전화를 받도록 조건화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행태는 성격적 조급성을 배가시킨다. 전화가 오면 서너 번은 울린 다음 전화를 받도록 해라. 그리고 훈련을 위해 한두 번은 전화를 받지 말고 다시 전화(콜백)하는 연습도 하라.

-지금 당장 해결할 필요가 없거나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생각은 메모한 뒤 서랍 속에 넣어두어라. 정리가 되지 않는 생각을 끝까지 머릿속에 담아두지 말라. 지금 해결되지 않는 사항은 메모 후 일단 잊어버리고 일정시간이 지난다음 다시 꺼내어 시작하라.

-일을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려고 하지 말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잡아두고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한번 일의 줄거리를 잡고 다시 보강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생각 중지훈련을 하루에 10분 이상씩 하라. 10분은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워라. 눕거나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어서 하면 금상첨화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운동을 하면 머리 쓰기는 중지된다. 하루 15분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은 최고의 뇌비우기 활동이다.

훈련 1달 후 박 씨의 피로도는 확실하게 덜해졌다. 피로도가 덜해지면서 하루에 30분씩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처방하였고 이것은 그에게 보다 더 큰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뇌는 비울수록 점점 더 똑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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