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 네 마음이 있다
시선이 머무는 방향을 보면 상대방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령 두 가지 종류의 쿠키를 준비하고 한 가지를 택하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쿠키를 좀 더 오래 쳐다보게 된다. 상대방의 시선을 관찰하면 어떤 쿠키를 선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최근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안구운동추적기를 착용하도록 한 뒤 몇 가지 도덕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학생들은 안구추적기를 쓰고, 헤드폰을 낀 다음 몇 가지 문장을 들었다. 가령 “살인은 정당한 행동일 때도 있다”와 같이 도덕적 판단과 연관이 있는 문장이다.
그 다음 컴퓨터 스크린에 뜬 두 가지 선택 버튼 중 하나를 택했다. “때때로 정당할 때도 있다”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는 버튼이 떴을 때 자신의 신념과 보다 통하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실험에 참여하는 동안 연구팀은 그들의 시선이 버튼에 머무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리고 한 버튼을 750밀리초(1000분의 1초) 이상, 나머지 한 버튼을 250밀리초 이상 응시한 순간 답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시선이 좀 더 오래 머문 버튼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신이 선호하는 쪽을 보다 오래 쳐다보게 된다는 선행연구들을 재차 확인한 실험결과다. 또 단순한 선호도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도덕적 결정을 내릴 때도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답을 오래 쳐다보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험이 끝난 뒤 연구팀이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학생들은 자신의 시선이 머문 시간과 선택 사이의 연관성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연구팀이 한 가지 답을 미리 정답으로 정해두었다. 그리고 그 버튼을 오래 쳐다본 순간 학생들에게 답을 택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이 정해놓은 답을 학생들이 750밀리초 이상 응시했을 때 버튼을 누르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실험참가학생들은 연구팀이 정답으로 정해놓은 버튼을 좀 더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연구팀이 유도한 답을 선택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버튼을 누르는 속도가 빨랐고, 자신의 결정에 보다 큰 자신감을 보였다. 시선이 머무는 동안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확고해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즉 첫 번째 실험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오래 응시하게 된다는 기존 연구를 뒷받침했다. 또 두 번째 실험에서는 한곳에 시선을 오래두도록 유도하면 그것을 본인의 선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의 도덕적 판단을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