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약한 여성...나이 들수록 급증, 심각
지난 달 생후 18개월 된 아들을 욕조에 빠뜨려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가 사회에 충격을 줬다. 30대인 이 여성은 반년 간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숨진 아들,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친정 부모 집에서 지내왔다고 한다. 이처럼 만성화된 우울증은 자녀양육은 물론, 결혼과 사회생활에서도 장애를 유발한다. 심각해지면 자살, 폭력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한다.
특히 여성의 우울증은 중요한 보건학적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높고, 나이 들수록 우울증상이 확대되고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1-2012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복지패널 1-8차 조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1년 환자표본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2주 연속 우울증을 경험한 성인 여성은 16.3%로, 남성(9%)보다 1.8배 정도 높았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도 여성의 우울증 평생 유병율은 9.1%로 4.3%인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전반적으로 남녀 모두 나이 들수록 우울증 경험률이 늘어났지만, 여성은 20대에 20.1%로 높았다가 30대에 감소한 뒤 40대 이후부터 다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은 우울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비중이 65세 이상에서 21.3%에 이르렀다. 남성도 연령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비중이 커지지만, 65세 이상에서 14.6%로 여성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김남순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여성의 성역할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우울증 경험과 수준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소득수준과 학력이 낮고, 무직인 여성, 배우자가 없는 여성은 다른 여성에 비해 우울증 경험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여성의 우울증은 건강행태와 의료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울증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흡연과 고위험음주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성인 여성의 우울증 경험에 따른 신체활동 부족과 비만유병률의 차이는 적었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우울증으로 외래진료를 받은 여성은 남성의 2.4배, 우울증으로 입원한 여성은 남성의 1.6배였다. 우울증으로 입원한 여성 환자 중에서는 70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성 우울증 환자는 남성 환자보다 신체적 만성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정신질환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김남순 연구위원은 “여성의 우울증은 심각한 건강문제”라며 “여성의 우울증 관리를 위해 우울증 위험이 높은 집단에 대해 체계적 조사와 연구가 수행돼야 하며,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우울증 예방과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