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돌’인가... 기묘한 키스, 비명 지르는 얼굴들

‘리얼 돌’인가... 기묘한 키스, 비명 지르는 얼굴들

 

배정원의 Sex in Art(9)

피그말리온 – 애인도 맞춤형 시대(?)

그림 속의 껴안고 키스하는 남녀의 자세가 이상하다.

여자가 몸을 비틀어 남자의 격정적인 키스를 받고 있으나 여자의 다리는 영락없이 하얀 상아로 깎은 조각상의 그것이다. 여자의 가슴을 움켜잡고 키스를 퍼붓고 있는 남자의 열정에 비해 여자의 몸짓은 다분히 수동적으로 보인다. 그림 속 가면들은 이 뜻밖의 장면에 놀란 듯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작은 구름을 타고 있는 작은 천사 같은 이는 아마도 에로스인 듯한데, 그의 활이 빈 것으로 보아 화살은 벌써 둘 중의 한사람, 그것도 남자에게 날아간 게 분명하다. 좌대 위에 올라서 있는 여자의 몸매는 아프로디테만큼 아름답다.

이 그림은 그야말로 유명한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은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다 거품 속에서 태어나 조개껍질을 타고 밀려와 닿았다는 키프로스 섬의 조각가였다. 키프로스 섬의 여자들은 그녀들의 악행으로 아프로디테 여신의 저주를 받아 뭇 사내들에게 몸을 팔고 난잡한 생활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기 때문에 피그말리온은 현실 속에서 만나는 그녀들을 혐오하고 있었다. 피그말리온은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었으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을 상아에 조각해 구현해 내고는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녀는 비록 조각상이었으나 마치 살아 있는 듯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피그말리온은 밤낮으로 그 상아로 만들어진 여인을 바라보다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피그말리온은 외출에서 돌아 올 때마다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꽃을 꺾어와 그녀의 발밑을 장식하고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목걸이와 귀걸이로 그녀를 장식해 주었다. 철마다 아름다운 옷도 입혀 주었고 밤이면 하루 종일 서있어 피곤한(?)그녀를 위해, 침대에 눕혀 주고 쓰다듬기도 하고 입도 맞추었다. 이렇게 갈라테이아를 향한 피그말리온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그러다 아프로디테여신의 축일에 피그말리온은 ‘그녀를 신부로 맞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그의 진실한 마음을 읽은 아프로디테는 실제로 그의 조각상 여인이 생명을 갖도록 축복을 내려 주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갈라테이아와 결혼한 피그말리온은 파포스라는 딸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신화에서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탄생했다. 또한 이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그 뒤 버나드 쇼의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My Fair Lady』,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의 『Pretty woman』의 원형이 됐다.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는 장 레옹 제롬 말고도 브론치노, 에드워드 번 존스, 장 르뇨, 루이 고피에 등 많은 화가와 조각가들이 그들의 작품으로 환생시켜 왔을 만큼 인기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은 지난번 『법정의 프리네』처럼 대상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다른 화가들이 사람이 된 갈라테이아를 맞는 피그말리온의 기쁨을 생생하게 표현해 낸데 반해서 제롬은 그들의 뒷모습을 그렸고 주변의 사물들로 두 사람을 둘러싼 일들을 설명하도록 하니 말이다.

루이 고피에의 그림을 보면, 아름다운 꽃장식이 바쳐진 돌기둥 위에 서 있는 갈라테이아는 지금 막 사람이 되고 있는 중인 듯 가슴까지 분홍빛 혈색이 퍼져나가고, 이를 보는 피그말리온의 기쁨이 생생하다. 또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주는 듯 머리위에 나비를 얹어 주는 아프로디테는 갈라테이아를 겨눈 활을 들고 있는 에로스와 함께 환상적이고 명랑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에 반해 제롬의 『피그말리온』에서는 막 사람으로 변하는 갈라테이아의 다리는 여전히 상아로 깎인 조각으로 남아 있고, 그 뻣뻣한 다리는 하얗다 못해 차가운 느낌을 주며 이에 반해 피그말리온의 격렬한 포옹은 왠지 그로테스크하게까지 느껴진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환상 속의 여인이 생영을 가진 존재로 변하는 ‘긍정의 힘’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도 곧 피그말리온처럼 자신이 원하는 여인을 맞추는 세상이 올 듯하다. 조각상 같은 아날로그적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여인을 애인으로 맞을 준비만 된다면 말이다.

이미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로봇의 연구에는 일, 직업 같은 공적인 영역 외에 사랑, 섹스 같은 사적 영역에 대한 인공지능 체제를 심고 있다. 소프트웨어 자체에 감정, 인격, 기분, 소통의 능력을 갖춘 일상의 삶을 함께 하는 존재로까지 로봇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로봇은 사람의 말을 인식할 뿐 아니라 유머가 섞이거나 배려를 담은 말로 대답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다양한 음담에도 어떤 편견이나 비난도 없이 즐겁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거라니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 체스 챔피온이며 인공지능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비는 ‘인공 질(Articial Vaginas)’에 대한 연구 또한 함께 진행 중이다, 또 런던 시티대학교 Pervasive Computing학과(일상생활에서 컴퓨터 관련 기술의 확산)의 아드리안 척 교수는 ‘Kissinger’라는 키스를 전달하는 단말기를 8년여에 걸쳐 손질해 오고 있는데 최신 모델은 스마트 폰에 연결되도록 설계 중이며 2015년 중반에 시판 예정이라 한다. 멀리 있는 연인의 입맞춤을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구현한다는 게 자못 놀라울 뿐이다.

로봇이라니 단단한 기계식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이미 우리 주변엔 라텍스로 만든 말랑한 감촉의 리얼 돌(Real doll) 이 시판중이다(무척 비싸긴 하지만). 이 리얼 돌 들은 실제 여자의 피부보다 더 탄력 있고 부드러우며 내구성(?)도 좋은데다가, 관절도 잘 구부러지고(이것은 어떤 체위도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기막힌 몸매를 소유하고 있으며-심지어 내 기호에 맞추어 주문생산도 가능하다-, 질도 가지고 있다! 아직 이 리얼 돌들은 수 천 만원을 호가하지만, 자신의 파트너에게 화내지도 않고, 바가지를 긁지도 않으며, 불평하지도 않고, 그들의 어떤 요구도 거절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리얼 돌들의 애호가들은 실제 여자 친구보다 훨씬 만족스럽다고 까지 말한다.

지금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인형인 리얼 돌 같은 생김새에 인공지능 질이 포함되고(여자의 질처럼 온도와 습도와 심지어 분비물도 나오고 수축도 되는), 상대의 말을 감정적, 정서적, 이성적으로 인식해 기분 좋게(!) 대해 준다면 예상할 수 없게 변덕스럽고, 까칠한 파트너 때문에 더 이상 속 터질 일도 없겠다.

게다가 사랑의 부정적인 속성인 질투와 이별 또한 끼어들 틈이 없으니 이보다 더 이상적인 파트너가 있겠는가 말이다. 또한 섹스마저 능숙하게 해준다면, 혹은 얼마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체위며 방법을 허락해 준다면, 더 나아가 아주 자극적인 이상성행동 까지 수용된다면 누구나 자신의 전용 섹스 로봇을 장만하고 싶지 않겠는가. 파트너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 이런 로봇들이 나오면 많은 남자들이 파트너나 연인, 심지어 배우자로 로봇을 사들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로봇은 점점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어 가격이 낮아질 것이니 시간과 생각의 품이 많이 드는 사람과의 사랑이라는 소통은 사라지고,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처음에 벽돌 크기의 핸드폰을 든 사람들에 대한 낯설음이 이제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게 됨으로서 하나의 사회 규범이 되었듯이 연인이라며 로봇을 대동하고 다니는 삶이 또 하나의 일상적인 사회문화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레비는 ‘ 섹스 로봇과의 사랑이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 이라며, ‘이런저런 이유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아주 많기 때문’이라고 까닭을 설명했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거절당할 까봐 오랫동안 바라만 보면서 마음고생 하고 결국 스스로 지쳐 포기하고 마는 심약하고 내성적인 남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와 온종일 함께 하면서 정작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툴고 두려워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 또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레비의 말처럼 사랑과 섹스를 대신할 로봇들이 상용화 되는 것이 이 세상, 인류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정말 실용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 취향 맞춤형 로봇들이 종국에는 우리에게 인간성이라 대변되는 친밀감, 애착, 신뢰, 존경, 연민 등의 사랑에 따라오는 많은 인격적, 정서적인 부분을 말살하고, 어떤 융통성이나 창조도 할 수 없는 로봇 맞춤형 인간들이 되도록 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 한일이 아닌가?

그나저나 남자들을 위한 연인 대행 로봇은 곧 개발이 된다 해도 여자들을 위한 로봇은 어쩔 것인가? 여자들의 성은 남자들만큼 단순하지 않아서 연인대행 로봇이 과연 그녀들의 사랑하고 받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그것이 문제로구나!

 

 

글 : 배정원

(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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