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으면 왜 비만이 되기 쉬울까
짜게 먹을수록 뚱뚱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양대병원 내과 전대원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11-2012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6984명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량과 비만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전 교수에 따르면 하루에 나트륨을 10g 이상 섭취하는 남성이 비만이 될 확률은 39.2%로 나트륨을 2g 미만 섭취하는 남성(24.2%)보다 1.6배 높았다. 나트륨 섭취량이 7.5g 이상인 여성의 비만율도 2g 미만 섭취 여성의 1.3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자신의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나트륨 섭취는 짠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된다. 나트륨 과잉 섭취를 유도하는 대표적 짠 음식인 배추김치와 젓갈류, 어묵류, 국수, 라면, 햄 등 육가공식품을 주당 24회 이상 섭취하는 여성의 비만율은 36.9%로 주당 8회 미만 섭취하는 여성(24.9%)보다 1.5배 높았다. 주당 26회 이상 짠 음식을 먹는 남성의 비만율은 37.5%로 주당 9회 미만 먹는 남성(35.7%)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전 교수는 “짜게 먹는 사람이 비만한 것은 고열량.고지방 식품을 즐기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탓일 수 있다”며 “짜게 먹으면 금방 목이 마르고, 이 때문에 고칼로리 탄산음료 등을 찾게 되는 것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나트륨 과잉 섭취가 비만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다는 사실이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사실은 해외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호주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소금 과잉섭취가 갈증을 일으키고, 갈증 해소를 위해 당이 첨가된 고칼로리 음료를 더 많이 찾게 돼 비만율이 높아졌다. 이에 앞서 2007년 브라질에서 이뤄진 동물실험에서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체지방량과 지방세포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남자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과체중, 비만 그룹이 저체중, 정상체중 그룹보다 음식을 더 짜게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는 “짠 음식의 섭취가 뇌의 보상과 쾌락 중추를 자극해 짠맛 중독과 과식을 유발하고, 당 첨가 음료 등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나트륨 과다 섭취가 비만 유발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전 교수팀은 소변검사를 통해서도 비만과 나트륨 과잉섭취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비만한 사람 60명과 정상체중인 사람 60명에게 식사일기를 쓰게 하고, 이들의 소변을 24시간 동안 채취한 결과, 비만한 사람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192㎎으로 정상체중인 사람들(3656㎎)보다 많았다.
전 교수는 “비만한 사람들은 평소 국과 찌개의 국물을 남기지 않고 먹는 습관과 고나트륨 함유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빈도가 높았다”며 “나트륨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BMI, 허리둘레, CT로 평가한 내장지방량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전 교수팀은 또 소변에서 나트륨이 배설되는 양을 기준으로 복부 비만율과 혈압 상승 비율, 대사증후군 동반율 등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요중 나트륨 배설량이 많은 상위 1/3에 해당하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동반율은 51.8%, 복부 비만율 96.1%, 혈압 상승 비율 96.8%로, 각각 32.5%, 45.2%, 62.9%를 기록한 하위 1/3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일 나트륨 섭취량은 2000㎎ 이하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012㎎에 이른다. 이번 연구에서 정상체중인 사람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600㎎대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안신영 교수는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비만 외에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위암, 골다공증 등 심각한 합병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