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뭇 사내 앞에 선 알몸의 여인
●배정원의 Sex in Art(8)
프리네... 그녀의 알몸 앞에서...
남자들 앞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의 여자가 서있다. 바로 곁에는 한 남자가 그녀의 몸에서 지금 막 벗겨낸 푸른색 옷을 들고 서있고, 자리에 앉은 남자들은 순식간에 드러난 그녀의 몸을 보느라 정신을 빼앗긴 상태이다. 어떤 남자는 벌떡 일어나 ‘오 마이 갓(Oh, My Godness)!’을 외치는 것 같다. 다들 그녀에게 시선을 못 박고 온몸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
많은 남자들의 끈적거리는, 경탄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지 여자는 팔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다. 그녀의 몸은 뭐라 할 수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 자체이다. 어두운 배경의 남자들 속에 백옥처럼 빛나는 그녀의 알몸은 그야말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현신처럼 아름답고 고혹적이다. 게다가 여자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몸을 더 아름답게 보여주려는지 그 유명한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자세는 사람이 서서 한쪽 다리에 몸의 체중을 싣는 자세다. 비너스를 비롯해 아름다운 여체를 보여주는 서양의 조각이나 그림에서 주인공은 여지없이 이 자세를 하고 있다. 여자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도록 머리와 가슴은 반대방향을 향하고, 허리를 비틀고 골반은 앞으로 행하게 하여, 몸의 곡선을 강조하고 엉덩이를 더욱 풍만하게 보이게 하는 서있는 당사자로선 많이 불편한 자세이다.
왜 이토록 아름다운 몸매의 여자는 남자들로만 가득 찬 곳에서 한 남자에 의해 옷이 벗겨진 상태로 곤욕스러움(?)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이 그림은 ‘여자의 노출증과 남자의 관음증을 결합하였다’거니, ‘ 아름다움은 진실을 왜곡한다’느니 해서, 유명한 장 레옹 제롬(Jean Leon Gerome)의 ‘법정의 프리네(1861)’이다.
프리네는 그리스의 창녀였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몸을 파는 유곽의 여자가 아니라 ‘헤타이라(hetaira)’라는 고급 창녀 그룹의 일원으로서 당대의 명망가들과 철학, 정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자였다. 옛날 그리스에서 남자는 완전한 인간이지만 여자는 ‘남자가 되지 못한 존재’로 취급됐다. 아무리 귀족이라 해도 부인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존재였을 뿐인데, 헤타이라는 남자들과 지적인 토론도 하고 예술도 향유하고 함께 여행의 동반도 해주는 지적으로도 꽤 수준이 높은 여자들이었다. 헤타이라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몸이었고, 재산도 많이 축적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프리네는 아주 인기가 많은 여자였다. 아마도 우리의 황진이 쯤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프리네는 너무도 아름다운 가슴과 몸을 가져 당대의 유명한 조각가와 화가들에 의해 미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비너스)를 표현할 때 모델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 프리네가 포세이돈을 기리는 제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벗은 몸으로 머리를 풀고 바다로 들어간 것을 화가 아펠레스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아프로디테’로 그린 것이 ‘창녀와 여신이 동급으로 취급되었다’하여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그녀의 애인이었던 웅변가 히페리데스는 그녀의 무죄를 항변하였지만 법정의 분위기가 ‘사형’으로 흐르자 그녀의 옷을 찢어(그녀 스스로 찢었다는 말도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을 법정의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백옥 같은 피부의 아름다운 가슴이 드러나자 법정의 배심원들을 포함한 사람들은 ‘저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완벽하다’며, ‘그녀 에게 사람이 만든 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언한다. 그리스인들이 아름다움에는 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렇게 아름다운 몸의 여자를 사형시키기엔 너무나 아까운 일이라 뜻을 모았을 터!
일설에는 프리네에게 퇴짜를 맞은 고관대작인 에우티아드가 그에 앙심을 품고 그녀에게 ‘신성모독죄’를 씌워 복수하려 했지만 결국 히페리데스의 기지로 프리네가 사형을 모면하고 풀려났다고 한다. 히페리데스는 벗겨낸 프리네의 옷으로 자기 뒤의 에우티아드의 시선을 가려버려, 고개를 빼들고 프리네의 몸이라도 좀 보려고 했던 에우티아드의 얼굴은 안타까움만 가득이다.
또 다른 설에는 당시의 정치가 솔론이 성매매에 대한 등록제를 실시해, 요금을 통제하고 세금을 거두려 했는데, 헤타이라들이 이를 거역하며 말을 듣지 않자 솔론이 가장 유명한 헤타이라인 프리네를 법정에 세웠다는 말도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장 레옹 제롬(1824~1904)은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동양학자이다. 신화와 성서, 역사적인 주제로 그림을 그리길 좋아했으며 특히 동양의 정취와 관능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화풍은 창백한 색채, 꼼꼼한 마무리 처리, 부드러운 붓질로 유명하다. 그는 프랑스 최고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상했고 프로이센 빌헬름 1세로부터 붉은 독수리 훈장을 받는 등 화가로서 부와 영예의 삶을 살았다.
프리네를 그린 그림들은 많지만 특히 장 제롬의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원래 프리네의 이야기에서는 가슴만 나오지만 장 제롬은 옷 전부를 벗겨내어 그녀의 몸매를 완전히 드러냈고 이에 더해 프리네가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는 것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만약 알몸의 프리네가 똑바로, 혹은 요염한 눈빛으로 배심원들을 응시했다면, 이 그림은 그리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눈을 가렸기에 남자들, 배심원들, 그리고 우리들은 마음 놓고 프리네의 몸을 감상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들은 특히 아름다운 용모의 여자들 앞에서 약하다.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여성은 외모 자체가 경쟁력이다. 매력적인 용모의 여자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연봉이 5~10%가 높다고 하고,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남자들의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높아진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성을 부추기고, 성욕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의 대표주자이다. 남자들이 동성보다 여자들 앞에서 말이 많아지고 공격적이 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유이다. 그에 반해 여자들은 예쁜 용모의 여자들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가 용모의 아름다움을 뛰어 넘어 상대를 동료로 받아들이려면 폐경기가 지나야 한다고 하니 프리네가 여자들이 섞이지 않은 남자들만의 법정에서 뛰어난 몸매를 드러냈기 망정이지 아니면 꼼짝없이 사형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작 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아름답기만 하면 어떤 죄를 지어도 용서될 수 있다고 하는 걸까? 실제 현실에서도 용모가 예쁜 여자들이 자기가 지은 죄보다 훨씬 가벼운 벌을 받고, 심지어 사람들은 그 예쁜 외모 덕에 ‘용서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하기도 한다.
요즘 여자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용모를 내놓고 관음의 시선을 부추기는 데다 그것을 기반으로 스타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예쁜 얼굴, 풍만한 가슴, 배꼽을 드러낸 섹시한 아랫배에다 길고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 놓고 ‘감상하시라’ 한다. 다만 프리네와 다른 점은 그녀들은 시선을 내리 깔지도, 팔을 들어 감추지도 않고‘ 어때? 내 몸 예쁘지?’ 라며 적극적으로 도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엔 분명히 우리를 즐겁게 하고 위안하는 선이 깃들어 있지만’ 적어도 시장에 내놓은 물건처럼 해서야... 자신의 몸과 얼굴은 자신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젊음에서 오는 빛나는 용모보단 마음의 관대함과 성숙함에서 온다.
문득 궁금해진다. 눈을 가리고 얼굴을 숙인 프리네 그녀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글 : 배정원
(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