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중 감염, 10대 소년 간암 사망은 병원 과실
엄마 뱃속에서 B형 간염에 감염된 10대 소년이 간암말기로 사망한 의료사고에 대해 병원측이 유가족에게 1억7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6일 이 같이 조정하고, 해당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1999년 4월생인 이모군은 B형 간염 보균자인 엄마로부터 수직 감염됐다. 출생 직후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과 백신 예방접종을 받아야 했지만, 병원은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접종했다. 결국 3살 때 B형 간염에 감염된 이군은 반년마다 진료를 받았지만, 2013년 7월 간암이 폐로 전이된 말기로 진단돼 9개월 뒤 14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임을 늦게 밝혀 예방접종이 지연되긴 했지만, 일찍 접종을 했더라도 수직 감염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 지연과 B형 간염 발병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감염 예방조치를 적절히 하지 못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출산 전에 산모의 B형 간염 보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본 것이다. 출생 직후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과 백신 주사를 맞으면 95%까지 수직 감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감염률은 9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위원회는 또 10여년간 복부초음파검사 등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 B형 간염은 간암 발병의 주요 원인이고, 대한간학회의 진료가이드라인에서도 고위험군의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복부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6개월마다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출생 직후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을 접종받았다하더라도 수직 감염될 가능성이 있고 간염 진행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아 예후가 좋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과실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번 조정결정은 간암 발병이 드문 소아청소년 B형 간염 환자도 정기적인 초음파검사가 필요하고, 간질환으로 인한 일반적인 사망률(40%)을 적용해 10대 환자의 기대여명을 추정해 일실소득까지 배상하도록 결정했다는 데 뜻이 있다.
위원회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간암이 드물게 발생되는 질병이긴 하지만, B형 간염 환자의 간암 발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별도의 진료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며 “의사는 산전 진료를 충실히 하고, 소아청소년 만성 B형 간염 환자에 대한 추적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이와 아울러 “B형 간염 보균자인 산모는 산전 진료 시 의료진에게 B형 간염 보균자임을 고지해 예방접종이 지연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B형 간염에 수직 감염된 환자가 받아야 할 검사 항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