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환자 급증... 통역사가 유사 진단행위

해외 환자 급증... 통역사가 유사 진단행위

 

최근 의료관광을 통한 해외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통역사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통역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의사와 환자의 소통 기회를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김나제스다 박사(통번역대학원, 사진)는 지난 21일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봄철학술대회(경희대학교 의료원)에서 발표한 ‘의료통역사를 통한 환자와의 소통’이란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의료통역사는 단순한 통역을 넘어 ‘유사진단행위’까지 수행하면서 진료 현장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서고 있다”면서 “의사는 통역사의 이런 행위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통역사는 진단과 연관시키기 위해 환자가 나열한 증상의 순서를 변경하거나 선택적으로 특정 표현만 통역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진단의 효율성을 위해 환자의 주관적 질환 정보를 변형시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를 위해 해외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는 서울과 경기도 소재 대학병원 3곳과 전문병원 1곳을 직접 방문(2010년 3월~2012년 9월)해 의료대화 녹음을 의뢰했다. 통역을 수행했던 러시아어 통역사 10명 중에서 한국 출신 통역사는 1명, 러시아권 출신 통역사는 9명이었다. 러시아권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을 포함한다. 이들 가운데 의료통역 전문훈련을 받은 통역사가 3명, 나머지는 전문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통역사였다.

분석 결과, 통역사는 의사가 환자를 문진하는 과정을 통해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잘 알고 있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객관적이고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을 감안, 환자의 말에서 지금의 병력과 관련이 없는 정보는 통역하지 않았다. 통역사는 진료 시간이 짧기 때문에 환자 정보를 효과적으로 의사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통역사는 의사의 관점에서 나름대로 ‘유사진단행위’를 하고 의사는 통역사에게 이런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역사는 신속한 병력 청취가 가능하도록 환자의 진술 내용은 간략히 정리 해 3인칭 화법을 통해 의사에게 전달한다. 환자의 진술 내용을 3인칭 화법을 사용해 통역하는 것은 책임은 환자에게 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통역 내용은 환자의 신체에만 집중돼 있고 환자에 대한 (정서적) 이해는 무시되므로 의사와 환자는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나제스다 박사는 “의료통역사는 치료 처방 단계에서 의사 또는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 “그러나 의사가 의학지식이 부족한 통역사에게 병력 청취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통역사를 환자와 동일시하는 의사의 인식 등은 환자의 건강 및 의료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방한 시 통역을 맡는 등 전문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자란 교포 2세다. 타슈켄트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의 길을 걷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지난 2004년 국내에 정착했다. 지난 2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대화분석적 관점에서의 한국 의료통역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박사는 “의료통역사는 생명을 다루는 진료현장에서 일하지만 자격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보니 전문 통역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있어 통역 수준의 편차가 크다”면서 “정부가 의료통역사 자격증 도입 등을 통해 의료통역의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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