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종을 부르는 맑은 종소리

“이리 오너라” 종을 부르는 맑은 종소리이재태의 종 이야기(37)

모래와 재로 만든 청아한 소리, 유리 종

유리는‘모래와 재로 만든 불사조’라 불릴 정도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매끄럽고 투명한 고체인 유리는 항상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유리는 모래(석영)의 주성분인 산화규소를 탄산나트륨과 탄산칼슘(석회석)과 섞어 높은 온도로 가열한 후급냉각해서 만들어 진다. 유리 속에 어떤 종류의 원소를 용해시키면 원하는 특수한 색의 유리를 만들 수 있어 창문, 병, 안경, 식기, 생활용기, 장식품 등으로 사용돼 왔으나 잘 깨어져서 보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고대 로마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모래사장에서 자주 요리를 해야 했던 페니키아 상인이 모래가 녹아내리며 생성된 유리를 처음 발견했다고 기록했으나, 약 6000년 전의 고고학적 발굴에서 유리구슬이 발견됐으므로 이 기술도 정확하지 않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유리는 모두 불투명한 색유리이며, 투명한 유리는 기원전 2000년경에 처음 제조했으리라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2000년 전인 신라 미추왕릉에서 인물 모습을 넣은 유리구슬이 발견됐고,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유리공방에서 만든 유리구슬이 해양 실크로드를 통해 한반도에 전해졌다고 한다. 일반 서민이 유리를 처음 이용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이며, 19세기이후 다양한 용도로 일상생활에 널리 보급됐다. 

19세기 영국의 전성기를 구가한 엘리자베스여왕은 결혼식을 하는 신혼부부에게 유리종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것이 널리 알려지며 영국 사회에는 결혼식의 선물로 높이 30cm 정도의 큰 유리종을 선물하는 풍습이 유행했는데, 이를 ‘영국 결혼식 종(English Wedding Bell)'이라 한다. 결혼식 선물용 종의 손잡이는 다양한 색상에다 여러 가닥의 물방울 모양 매듭을 만들었고, 특별히 파리에서 수입한 접착제를 사용해 몸체와 붙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큰 유리종을 보관하기가 어려워졌고, 특히 유리 추는 깨어지거나 소실된 것들이 많아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많지 않다. 이 풍습은 이민자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됐는데, 당시 큰 유리 종을 구입하는데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미국의 필그림 회사는 가격을 낮추고, 크기가 조금 작으나 견고하고 명쾌한 소리의 선물용 크리스탈 종을 만들었는데, 이 종은‘가난한 자의 결혼식 종(Poor man's wedding bell)'이라 불려졌다. 

우리가 원하는 반짝이는 광채와 투명함, 무겁고 튼튼한 유리... 즉 투명하고 빛이 나는 유리인 크리스탈을 만들려면 24% 이상의 산화납이 첨가돼야 한다. 크리스탈 유리 (crystal glass)는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가 나며 맑고 투명하기가 수정과 같다고 해서 ‘크리스탈’로 불리기도 한다. 크리스탈은 일반 유리와는 다르게 산화납과 탄산칼륨을 배합해 만든다. 유리의 착색원인이 되는 불순물(산화철 등)이 적게 함유된 칼륨석회 유리를 사용하므로 두께가 증가해도 투명도가 높아진다. 보통 빛의 굴절률이 큰 유리일수록 반사율도 크고 빛의 산란도도 커지는데, 산화납을 함유하여 굴절률을 높임으로서 아름다운 광택을 지니게 했다. 크리스탈은 유리보다 가공하기가 쉬우므로 직선으로 커트 세공하여 굴절률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으며,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다. 또한 쉽게 깨어지지 않으므로 공예용 유리나 와인 잔과 같은 고급 식기용 재료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탈 유리는 1676년 영국의 조지 레이븐즈 크로프트가 새로 개발한 제조법으로 생산한 유리였는데, 이로써 영국은 일약 세계적인 유리 생산국이 됐다. 크로프트가 만든 최초의 투명 크리스탈은 부싯돌을 태운 것을 주성분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플린트 유리(Flint glass, 부싯돌 유리)라고 했다. 이것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검게 부식했는데, 이 결함은 산화납을 첨가함으로써 극복됐다. 지금은 부싯돌이 유리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크리스탈과 비슷한 의미로서‘플린트 유리'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영국 상인들의 단체인‘워십풀 유리 판매인 조합'은 그 당시에 유명했던 이태리 베네치아에서 만든 유리의 질에 오랫동안 불만을 품고 있었으므로 크로프트의 크리스탈 유리의 개발을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크리스탈도 만드는 회사마다 생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크리스탈의 내열성이나 잘 깨어지지 않는 정도를 표준화된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 프랑스의 바카라, 네덜란드의 토얄 리담, 미국의 스튜반, 아일랜드의 워터포드, 일본의 미카사 등은 잘 알려진 명품 크리스탈 회사이다. 

‘유리종(glass bell)'의 기원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유리종에 대한 기록은 1890년 헤일(EE Hale)이 쓴 [그의 편지와 기록물로 본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의 일생]에 처음 나타나있다. 콜럼부스가 남긴 기록에는 1392년 10월 11~12일에 북중미의 라스 카라스섬에 도착한 후, 원주민에게 붉은 모자와 유리 종 등을 선물하며 이들과 친해졌다는 사실을 남겼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16세기에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에서 만든 유리종들이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16,17세기에는 지금의 체코인 보헤미아와 이태리 베네치아 무라노 유리종들이 유명하다. 오늘날 수집가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리 종들은 대부분 유럽국가와 미국에서 18세기 중반부터 현대까지 만들어진 것들이다. 유리종은 19세기 후반까지는 하인을 부르는 목적으로 사용됐으나, 이후에는 축하용, 관광기념품, 행사기념품, 상업적 광고용으로 만들어져서 광범위하게 유통됐다.

 

유리 종을 만드는 방법은 일반적인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즉 강철 대롱으로 유리를 불어서 만드는 법(free blown), 부분적으로 입으로 불어 팽창시킨 뜨거운 유리를 틀에 부어서 만드는 법(mold blown), 뜨겁게 용해된 유리를 압축기로 여러 부분의 틀에 넣어 찍어내는 법(mold pressed) 등의 방법으로 제작된다. 유리종의 추는 금속이나 유리, 플라스틱, 나무로 만들고, 금속 체인이나 줄로 몸체와 연결한다. 추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그러나 추의 진동은 유리벽에 손상을 입혀 종을 깨어지게 하고, 유리 추는 반복되는 충돌로 파손되는 약점이 있었으므로 견고한 크리스탈로 만든 종 이외에는 오랫동안 보존되어 완전한 모습으로 전수되기가 어려웠다.

유리 종은 커팅, 조각, 에칭(식각), 페인팅 등의 기법을 조합해서 만든다. 종의 몸체는 투명한 무채색, 투명유리, 불투명 색체 등의 유리로 만든다. 커팅이나 조각 기법으로 종을 만들려면, 잘 깨지는 보통 유리로는 만들 수 없으므로 투명하고 각진 크리스탈 유리가 사용되며 최근에는 다이아몬드로 가공하고 있다. 광택을 내는 데는 각종 분말이 사용되었으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화학약품에 의한 산성 광택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조각 기법은 커팅기법과 같이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얇은 유리 제품에 많이 사용된다. 에칭법은 최근 바늘로 새기거나, 얇은 종이로 옮겨 그린 그림을 산성물질로 부식하는 판 에칭기법이 주로 사용된다. 페인팅은 여러 기법과 혼합해 사용되었었는데, 페인팅이 소실되지 않게 직후에 고온가열을 하여야 한다. 동화의 장면을 손으로 그린 메리 그레고리형식이 대표적인 페인팅한 유리 제품이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유리공예품은 이태리 베니스의 무라노(Murano) 유리일 것이다. 베니스는 주요한 무역항이었기에 아시아와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9세기부터 유리제품이 생산되었는데, 1291년 정부가 장인들은 강제로 무라노섬으로 이주하도록 명령함으로서 유리공예품 생산 기지가 되었다. 이 지역의 강바닥으로 부터 나오는 자갈과 습지로 부터의 소다석회의 공급이 용이했는데, 영주는 유리제조 비법을 지키기 위해 장인들을 이 섬에 철저히 격리했으므로 장인들은 평생 동안 유리공예를 위해 희생당해야 했다. 무라노의 장인들은 고급유리 제작에 대한 독점권을 가졌으며, 많은 신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아름다운 꽃무늬로 보이는 필리그리(filigree, millifiore, 백 만 개의 꽃이란 뜻), 유리나 금을 유리 사이에 끼워 넣는 기법, 유리구의 중앙에 수평 띠를 만들어 넣는 기법(incalmo), 미세 크리스탈을 부산 시켜 밀크 같은 불투명 유리를 만드는 기법(lattimo), 색깔을 입힌 에나멜기법, 갈비뼈처럼 다수의 수직선 무늬로 장식하는 기법(ribbed glass), 한 종류의 유리 위에 다시 유리를 입혀 특유의 두 층 유리를 만드는 기법 등이 이들이 개발한 기법이다.

 

프랑스 플린트 유리종도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제작된 것으로서 다양한 색의 투명한 크리스탈로 만든 사각형에 가까운 둥근 몸체에 손잡이와 추는 다양한 형상의 금속으로 제작됐다. 프랑스의 플린트 유리종도 물론 부싯돌을 넣은 것은 아니나, 초기에는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졌으리라 추측된다. 몸체는 프랑스 로렌 지방의 바카라유리 공장에서 제작되었고, 각종 동물이나 가문의 문장, 도깨비, 운동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금속 손잡이와 독특한 추는 독일에서 생산된 것이다. 바카라사는 1817년부터 크리스탈을 생산하였는데, 러시아 황제와 유럽의 귀족들이 즐겨 찾던 공방이었다. 수탉 손잡이에 계란 추, 토끼 손잡이와 당근 추, 꿩과 야생 도토리 추, 도깨비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발 추, 곰과 벌집 추 등등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조합이다. 플린트 유리종은 신비로운 색깔과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예술성 높은 금속 손잡이와 추가 매우 아름답다. 경매에 플린트 유리종이 가끔 소개가 되는 경우 이것을 얻으려면 많은 경쟁자를 물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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