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엔 삼시세끼... 엄마들 자기 식사 ‘불량’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하라”는 옛말이 있다. 식생활에 있어서 우리나라 엄마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엄마들의 식생활이 자녀들에게는 별로 모범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정희 교수와 대진대 식품영양학과 이홍미 교수 연구팀이 서울에 사는 30-40대 엄마 61명과 2-5세 미취학 자녀 61명을 비교한 결과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된 연구팀 논문을 보면 엄마와 자녀의 식생활 행동을 점수화해 1백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엄마들의 점수는 68점으로 미취학 자녀들의 점수인 75점보다 낮았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삼시 세끼를 꼬박 챙겨 먹여도 정작 엄마들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 엄마는 32.8%에 불과했지만,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자녀들은 78.3%였다. 천천히 식사하는 엄마도 41%에 그쳤지만, 자녀는 75%에 이르렀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비율도 이와 비슷했다. 아침 식사를 반드시 챙겨 먹는 엄마는 39.3%, 자녀는 70%였다.
중학생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엄마들의 불규칙한 식습관과 급하게 식사하는 비율은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연구팀은 “엄마들의 식생활 행동이 전반적으로 불량한 것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빨리 식사하고, 제때 챙겨먹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미취학 자녀를 키우면서 생긴 엄마들의 나쁜 식습관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비슷했다. 엄마들은 짜게 먹으면서 자녀에게는 ‘덜 짜게 먹으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짠 음식이나 조미료를 섭취하지 않는다는 자녀는 71.7%였지만, 엄마들은 39.3%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보다 라면을 먹을 때 더 두드러졌다. 라면 국물을 전혀 먹지 않는 엄마는 16.4%인 반면, 자녀의 절반은 국물을 전혀 먹지 않았다. 라면 자체를 먹지 않는 자녀도 8%나 됐다. 연구팀은 “엄마들이 라면이 자녀 건강에 별로 이로울 게 없는 음식이라고 여겨 아이들에겐 잘 먹이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태도와 식습관은 자녀 건강과 식습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부모가 식사를 제공할 뿐더러 음식을 조리할지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누군가를 모방하려는 성향이 강해 가정에서 함께 지내는 부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부모가 영유아 시기의 자녀에게 끼니에 대한 개념과 규칙적인 식사시간, 균형식 등을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엄마들이 식생활 행동을 개선하면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솔선수범을 통해 자녀에게 평생 좋은 식습관이란 선물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