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지시에 환자 고분고분한 시대 아니다”
“의사가 웃으면서 환자와 줄곧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면 보다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권위주의가 점차 사라지면서 환자, 의사 관계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처럼 의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환자가 따르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 동반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환자의 질병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만은 진료의 품질보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전문의인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사진)은 “의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해 환자에게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소통능력을 키워야한다”고 했다. 의료진과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모여 학회를 구성한 것도 소통을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이현석)는 오는 2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의료원(정보행정동 대강당)에서 2015년 봄철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졸업 후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재일 원장(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과 안덕선 원장(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의 특별 강연 ‘졸업 후 커뮤니케이션 교육, 현재 그리고 미래’가 준비되어 있다. 주제 강연으로는 김성수 교수(부산대 인문사회의학교실)의 ‘전공의 수련과정 중의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이 진행된다.
특히 최근 응급실 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어려운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이란 주제의 연수강좌가 눈길을 끌고 있다. 환자가 응급상황인데다 잔뜩 흥분해 있다면 의사는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까? 의대 학부 과정에서는 이미 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도입돼 있지만 의사와 환자의 소통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박일환 교수(단국대 가정의학과)의 ‘진료실에서 만난 화난 환자’, 김성은 교수(중앙대 응급의학과)의 ‘응급상황에서 만난 환자’ 주제의 강좌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일환 교수는 “화난 환자와 마주할 때 일반적인 면담기법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면서 “이는 진찰 및 대화가 어렵게 되고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는 화난 환자의 관계를 점검해 보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몇 가지 기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의료관광과 관련해 ‘의료통역사를 통한 환자와의 의사소통’(김나제스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주제의 강연도 눈길을 끌고 있다. 고문희 초당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좌장를 맡은 주제 발표에서는 정연옥 경동대 간호학과 교수 등의 ‘간호사의 인수인계 대화 능력 향상을 위한 평가도구’ 등의 발제가 진행된다.
이현석 회장은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은 업무의 핵심적인 부분일 뿐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는 보건의료 각 직역에서 졸업 후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대한 정보 공유 및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