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데 줄창 아프다는 사람, 이 병원 가봐야
최근 30대 회사원 최씨는 속 쓰린데 마음 속이 더 상하고 있다. 분명히 아픈데 병원만 가면 문제가 없다. 내시경 검사를 해도 이상무다. 마음 편하게 먹고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쓰는 게 좋겠다는 답만 받았다. 동네 병원의 진단을 못믿어 대학병원을 찾았다. 다른 진단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한의원을 들렸다. 똑 같았다. 걱정만 키우는 상황이다.
최씨처럼 신체적인 질병이나 질환이 없는데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걱정해 반드시 질병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의사의 진단에 이상이 없고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상세한 설명을 해줬는데도 이를 의심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이 때문에 사회생활, 직장생활이 지장을 받거나 이 같은 증상이 반 년 이상 지속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감각 역치나 인내성이 낮아서 약한 신체 감각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경험한 상실이나 분노, 죄책감, 자존심 손상으로 인한 적대감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다.
이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자신이 아프다고 믿는 질병과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증세를 의학적 용어를 사용하며 나름 설명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질병 관련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며 이런저런 건강식품을 먹거나 민간요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엔 신체 망상의 수준으로 발전되기도 하며,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쉽게 눈에 띈다.
자신이 적절한 치료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걸렸다고 믿는 질병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건강염려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엔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를 전전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향이 생긴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상담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한다. 특히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이 꾀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 할 때는 가급적 가족이 함께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립교통재활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운영) 정신건강의학과 한창태 교수는 “최근엔 건강정보가 범람해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하고 인지할 수 있게 됐다”며 “정확한 건강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은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여기저기 떠도는 건강정보에 대한 증상이 자신이 보유한 증상과 같다고 착각해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라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