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환자 불만.... 얻어맞는 의사들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의사 폭행 장면이 CCTV영상으로 공개돼 충격을 안겨 준 바 있다. 구토 증세를 보인 딸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처방에 불만을 품고 의사를 때린 것이었다. 폭행을 당한 의사는 전치 4주 진단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이로써 의료 현장 내 폭행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간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의료진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일은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 폭행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성화 될 수 없다는 여론이 촉발됐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엄연한 범죄행위임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을 폭력에서부터 보호할 보건의료인 폭행방지법 제정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의 반론도 만만찮다. 근본적인 폭행의 원인은 의료인과 환자 간의 소통 부재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법 제정에 대립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찌됐건 여전히 의료진을 보호할 이렇다 할 강력한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가운데 폭행을 목격한 의료진의 업무사기는 한풀 꺾인 상황이다. 서비스의 양과 질을 다 충족시켜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100명 가까이환자를 보는 의료진에게 불만을 품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를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료인과 환자간의 소통부재가 그 원인이라면 환자가 품고 있는 속사정에 귀를 기울여 보자. 과민한 환자나 보호자들의 마음까지 다독여 주는 것도 서비스의 한 영역이다. 엄격히 따져보면 금전 거래가 오가는 계약 관계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를 한다 할 지라도 불만은 도처에서 발생할 수 있다. 때로는 사소한 서비스일 경우도 있고 때로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숙지를 못한 데서 나오는 불만일 수도 있다.
병원의 규모가 크던 작던 특정부서와 특정인의 개입으로 거칠게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을 상대하기는 버겁다. 우선 환자가 불만을 갖고 있다는 자체를 의료진 모두가 공유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구 하나 불만환자를 자극하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환자나 보호자가 불만 대상과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1차적 원인제공자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대화가 순조롭지 못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적의 시점에서 제3자가 개입해 문제를 객관화 시킬 필요가 있다.
불만을 응대하는 사람을 바꿨다면 불만자의 흥분을 가라 앉히도록 독립적인 공간으로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어 불만사항을 빠짐없이 내뱉도록 하는 것이 불만응대의 기본법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대개 환자와 환자보호자는 의사보다는 대하기 편한 직원을 붙들고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에 응대직원이 문제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 불만을 해결해 줄만한 정식 절차를 밟도록 안내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문제를 키우는 것이 아닌 시스템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저희 조치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00담당자와 00사항을 00방법으로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와 같은 대응 멘트도 직원 모두가 숙지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진상환자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경우도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병원도 고객들이 의료진들에게 불만을 갖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수렴할 자세를 취하는 의료진에게 환자는 더 큰 점수를 준다. 고객불만 해결에 가장중심이 되는 솔루션은 불만의 경중을 떠나 아무리 사소한 불만일 지라도 이를 수렴하고 어떻게 해결할 지를 서비스시스템으로 담는데 있다. 불만을 유발해 불만을 접수 받는 직원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해결해 주도록 적극 나설 수 있게 지지해 주는 관리진의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수용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것이 바로 팀워크를 통한 불만해결의 첫 단계이다.
환자나 보호자는 돈을 지불하는 서비스 구입자임에도 그들이 약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병원의 조심스런 접근이 성공적이라면 환자나 보호자들도 불만 해결과정에서 더 많은 서비스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행하는 서비스에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개개인의 만족수준도 다르고 품질 서비스가 상황에 따라 달리 비춰 질 수 있는 전문서비스의 특수성에 기인한다면 사실 고객의 불만은 사전예방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고객에게 생기는 불만은 언제라도 해결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료진의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태도와 개선만이 성난 고객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유일한 진정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