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좋다? 류마티스 민간요법의 허실
발병원인이 불분명한 류마티스 관절염에 좋다는 다양한 식품과 민간요법이 시중에 알려져 있다.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되고, 의학적 근거는 존재할까.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 류마티스내과 김근태 교수가 최근 국내외 발표된 기존 논문들을 근거로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에 좋다고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식품들과 민간요법의 효능을 평가했다.
김 교수는 대한류마티스학회지 올해 2월호에 발표한 ‘류마티스 질환에서의 식품과 민간요법’이라는 리뷰 논문에서 오메가-3 지방과 적당한 음주, 비타민 D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달맞이꽃종자유와 녹색 홍합, 프로폴리스, 강황 등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논문을 보면 오메가-3 지방은 근거가 가장 뚜렷한 건강기능식품이다. 동물실험은 물론 최근 스웨덴 중년여성 3만2천여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10년 이상 오메가-3 지방을 하루 0.21g씩 섭취한 여성의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률이 이보다 적게 섭취한 여성보다 35% 감소했다.
특히 심각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NSAID)를 복용할 수 없거나 장기 복용해야 할 환자에게 오메가-3 지방 섭취는 유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메가-3 지방은 고등어와 참치, 정어리, 연어 등 기름진 생선에 풍부하다. 김 교수는 “최근 해산물의 중금속이나 방사능 오염 가능성으로 고용량의 오메가-3 지방을 환자들에게 장기간 사용하는 문제는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비타민 D 결핍이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이미 제시됐다. 루푸스는 면역계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미국에서 3만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섭취가 적으면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이 늘어났다.
비타민 D는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에서 합성되고, 식품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식품 중 가장 좋은 비타민 D 공급원은 등 푸른 생선이다. 연어 80g에는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D의 75%가 들어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비타민 D 섭취가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푸스의 발생과 관련 없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며 “치료효과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적절한 음주도 류마티스 관절염 예방에 효과를 줄 수 있다. 하루 15g 이하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을 낮출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수록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핀란드의 한 연구를 보면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보다 적게 마시는 사람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릴 위험이 2.2배 높다.
미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신 여성의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률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2.6배 높았다. 김 교수는 그러나 “카페인 자체가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산화와 항염증 성분인 카테킨(떫은맛 성분)이 풍부한 차는 동물실험에서 관절염의 발병과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메가-6 지방산의 일종인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한 달맞이꽃종자유도 오메가-3 지방처럼 류마티스 관절염 예방 효과가 기대되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해 아직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또 “녹색 홍합과 홍화씨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임상 연구들도 실시됐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어성초와 우슬초, 황칠나무, 강황, 프로폴리스 등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효과를 밝히기 위한 환자 대상 임상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