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음료? 에너지음료에 잇단 경고음
공부를 하든 유흥을 즐기든 밤샐 각오가 된 젊은이들이 요즘 즐겨 찾는 것이 있다. 바로 에너지음료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음료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고카페인 음료인 에너지음료가 남용될 위험이 커지면서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음료의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364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음료 시장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품목이다. 국내에 에너지음료는 지난 2010년 처음 출시됐다. 에너지음료의 세계적 성장세와 더불어 최근엔 음료 업계뿐 아니라 제약사 등도 에너지음료를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에너지음료의 성장은 음료 이상의 이미지를 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에너지음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그렇다. 에너지음료 업체들이 익스트림스포츠를 후원하고, 클럽 마케팅을 펼치면서 역동적인 젊음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문제는 에너지음료로 인한 부작용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청(SAMHSA)에 따르면 에너지음료 섭취와 관련한 응급실 방문 건수는 지난 2007년 1만여건에서 2011년 2만여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에너지음료를 나무 많이 섭취하거나 다른 각성 물질과 섞어 마셔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 에너지음료를 섭취했던 34명이 사망했고, 50여명이 고혈압과 경련,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에너지음료와 사인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으나, CSPI는 지난 2012년 10월 이래 발생한 17명의 사망사례가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했다.
국내도 부작용의 위험은 상존한다. 지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의 ‘에너지음료 안전 실태조사’를 보면 에너지음료를 마셔본 사람의 60%가 카페인 각성효과로 인한 불면증과 속 쓰림, 복통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다. 의료계는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신경과민과 흥분, 불면 등이 유발되고, 위장과 소장, 결장, 내분비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에너지음료를 술과 함께 마시면 부작용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유럽식품안전청(EFSA) 조사를 보면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18-29세 청년의 70% 이상이 술과 에너지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에너지음료 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카페인 한도를 설정하거나 판매, 마케팅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음료를 규제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공공보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사를 보면 시중에 판매되는 26개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카페인 섭취량(67.1mg)의 145%, 청소년 일일섭취 제한량(125mg)의 78%에 해당했다.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하루에 에너지음료 2캔을 마시면 카페인 허용기준을 넘어서게 된다.
세계 각국에서 에너지음료 관련 규제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스웨덴의 경우 15세 이하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에너지음료의 광고는 물론, 교육시설과 스포츠시설, 정부건물 내 판매를 금지했다. 프랑스에서는 에너지음료에 이른바 ‘레드불세’라는 세금까지 매기고 있다. 호주에서는 에너지음료를 의약품으로 분류해 판매하고, 캐나다의 토론토시는 편의점 등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했다.
에너지 음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의사회(AMA)가 지난 2013년 10대 청소년에 대한 에너지음료 판매 금지를 촉구한 데 이어, 미국 공익과학센터가 지난해 경고 문구 표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의 시민단체인 푸드워치는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판매금지와 에너지 샷 제품의 전면적인 판매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음료에 대한 규제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카페인 함량이 0.15mg/ml 이상인 음료의 카페인 함량과 함께 어린이와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 표시를 의무화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들이 주로 TV를 시청하는 오후 5-7시까지 TV광고를 제한하고, 고카페인 함유 표시 문구의 적색 표시를 의무화했다.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 고가영 연구원은 “에너지음료는 위해성 논란과 세계적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 국민의 건강과 공공보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보다 강력한 규제 강화가 요구된다”며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소비자 교육과 카페인 함량 제한, 어린이와 청소년 등에 대한 에너지음료 판매 금지 등을 통해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