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팬을 거느린 인기 TV쇼도 순식간에 시청률이 하락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인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데는 광팬들의 영향력이 크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와 요크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수출돼 글로벌 인기를 누린 TV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아메리카 넥스트 탑 모델(America’s Next Top Model; ANTM)’이 바로 그 대상이다. 시즌제로 방영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21시즌까지 이어질 정도로 장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시청률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하락하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광팬들을 조사했다.
ANTM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서바이벌’과 ‘리얼리티’를 접목한 방식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3년 첫 시즌을 시작으로 변함없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였지만 2009년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제작진이 새로운 서사구조를 도입하고 심사위원을 새롭게 영입한데다 경쟁방식을 바꾸기까지 했지만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통해 설명했다. TV쇼는 문화적 서사, 사람(출연자, 시청자), 유형물(의상, 무대 등), 유통기술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 집합체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전부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시청률 하락이다. 특히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팬이 시청률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팬들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요소들과 공존하지 못해 충돌한다는 것이다. 팬들의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재구성하면 탄탄했던 프로그램의 기반이 약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이 점점 엉성해지고, 상당수의 고정 시청자들이 급속도로 떨어져나가게 되면서 결국 프로그램이 종영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광팬일수록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는 경향이 있다. 팬들은 프로그램이 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심사위원을 교체하라거나 심사방식을 바꾸라는 요구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구성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시청자들의 정성 어린 피드백이 프로그램의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고 개선해나가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시청자는 단순히 시청을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과 함께 프로그램의 가치를 창출하는데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TV쇼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소비자연구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