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는 왜 세브란스병원으로 갔나
중동 4개국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피습을 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리퍼트 대사가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된다.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두 사람 다 칼로 얼굴을 공격당했고 신촌의 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은 지난 2006년 5월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지지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다가 커터 칼 공격을 받았다.
인근의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박 대통령은 성형외과 탁관철 교수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다. 상처는 자상에 의한 것으로 오른쪽 귀밑에서 부터 아래턱까지 길이 11cm, 깊이 3cm 정도(얕은 부위는 1cm)로 베인 곳도 있었다. 침샘부위와 턱 근육 일부가 손상되는 등 상처가 깊었지만 경정맥과 경동맥은 비켜나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25cm 과도에 당한 리퍼트 대사도 얼굴의 오른쪽 광대뼈에서 턱 부위까지 11cm 정도의 길이에 깊이 3cm의 자상을 입었다. 2cm 더 내려왔으면 경동맥이 손상될 뻔 했다.
이번 사건으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장소(세종문화회관) 인근의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봉합수술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받았다. 강북삼성병원에서 간단한 1차 치료를 받은 후 세브란스로 옮겨 갔다. 수술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과장인 유대현 교수와 정형외과 수지접합 전문 최윤락 부교수가 맡았다. 리퍼트 대사 부인 로빈 여사가 지난 1월 첫 출산을 한 병원도 세브란스병원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미국대사관 공식 지정병원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을 치료했던 세브란스병원은 이병석 대통령 주치의와 김원호 의무실장을 나란히 배출하면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인요한 국제진료소 센터장은 대통령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고 김대중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의 건강검진을 담당했고 허갑범 대통령 주치의를 배출했다. 5일 리퍼트 대사 수술 경과를 발표한 정남식 연세대의료원장도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다.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실은 병원 내 20층에 위치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입원했던 곳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긴급 환자를 다루는 외상전문의 집중육성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 등 VIP 긴급 환자 대처에서 그 역량을 발휘했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최고 수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증환자 진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면서 “환자를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