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직종의 벽 넘어 전방위 소통을”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의 대명사 스타벅스 커피는 마니아 층이 두텁다. 전세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 하나는 커피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종이컵을 사용한 데 있다. 좁은 매장 내에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팔았다면 고객의 수용에 한계가 있어 매출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테이크아웃은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한 종업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고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았던 직원의 아이디어가 오늘 날의 스타벅스를 있게 한 대박 아이템이 된 셈이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은 회사의 유일한 경쟁력은 직원과 고객과의 관계에서 나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키우기 위해 직급간에 벽을 허물었다. 바로 부담 없이 이야기 하고 생각을 건네는 소통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스타벅스 역시 직원들 간에 이름과 직함대신 나름 영어식 애칭을 부르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의료서비스기관인 메이요클리닉 역시 소통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서로간에 계층구조 없이 서로 존중할 것을 사훈으로 삼는다. 그래서 환자, 동료, 의사, 건물관리원까지 그 누구의 목소리도 소중히 여기도록 교육받고 있다.
또한 의사의 진료 능력만으로는 서비스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모든 사람을 한 팀으로 받아들이고 대할 것을 강조한다. 환자를 관리하는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와 접촉이 없는 행정직과 보조인력까지 포함된다. 모든 인력을 존중하기 때문에 더 나은 환자관리가 가능해지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이요클리닉의 명성을 이어가는 팀워크 문화이다.
상품이 아닌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에는 서비스 인력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경영이자 관리의 원천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업에서는 직종간에 수평적인 소통은 많아도 전체를 아우르는 소통이 부족한 실정이다. ‘끼리끼리’로 점철된 문화에서는 팀워크를 발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의료진이 직원들과 티타임이나 식사를 함께할 자리가 없다는 것은 진료실 문 너머의 환자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기회를 상실하는 하는 것과 같다. 환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인지, 진료방식에 있어 환자들이 어떤 식으로 불만을 쏟아놓고 있는지 등 중요한 고객정보를 들을 만한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서비스가 팀워크 프로세스를 갖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환자를 두고 직원과 동상이몽을 꾸게 되는 셈이다.
환자는 진료실에서 못다한 불만을 그나마 대하기 편한 직원에게 쏟아 붓는다. 직원들이 환자들로부터 중복되는 불만을 듣는다면 반드시 고쳐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환자들로부터 그렇게 전달되는 직원의 소리는 더 큰 영양가를 갖게 된다. 직원들은 동종업계의 인맥으로 의료진들이 접하기 어려운 경쟁사의 정보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경영에 큰 도움을 주는 사안까지 분석하고 해결하는 아이디어 뱅크가 왜 못되겠는가.
의사들은 직원 이직의 주된 원인이 보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보수는 이직의 작은 원인이 될 뿐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직을 원하는 직원이 있다면 동기부여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해 주고 그들이 어떻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또는 집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는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보다는 마음이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사소한 불만을 늘어 놓을 수도 있겠지만 애사심이 있는 직원들이라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관리 방법을 물고 올 수도 있다. 오늘 당장 직원들에게 차 한잔을 권해보자. 비록 스타벅스의 테이크아웃 종이컵만큼의 위력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평소 환자들이 무엇을 불편해 했는지 정도는 귀동냥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