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터 하라고? 문제는 음식이다”

“운동부터 하라고? 문제는 음식이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운동에 대한 것이다. 어느 정도 운동해야 좋은지 물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진료실을 찾는 분들은 운동을 안 해서라기보다는 잘못된 식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질병이 생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잘못된 식생활을 하다 보니 혈액순환을 시킬 힘도 없어 가까스로 걸어 다니는데 무슨 힘으로 운동까지 할 수 있을까?

힘이 없으니 힘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라도 다니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입맛을 바꾸지 않고 계속 그런 상태로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헬스장에 가서 등록하고 나면 십중팔구 3-4일 만에 그만둔다. 며칠 운동하고 나면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니 ‘내 체질에는 운동이 안 맞는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그만 두는 것이다. 설사 의지가 강해 계속 헬스장에 간다 해도 운동하는 동안 즐거움은커녕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나?’ 계속 의문을 던지느라 힘이 빠진다. 다시 말해 운동이 아닌 노동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분들은 운동을 통해 살을 뺐다고 말한다. 물론 운동을 통해 체중 조절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경우 체중이 늘어난 것이 운동을 안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로 먹는 습관이 잘못되어 생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면 체중 조절도 되고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특히 젊었을 때 운동을 즐겨 했거나 운동선수였던 분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운동을 평생 업으로 삼고 살았던 운동선수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확률은 적다. 실제로도 직업별 수명을 보면 운동선수들이 그토록 운동을 많이 하고 살았음에도 수명이 짧게 나오는 보고서가 있다. 더욱이 젊은 운동선수들 중에서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혈관 질환으로 밝혀지고 있다.

즉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먹는 음식이 잘못되면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이고, 이로 인해 일찍 사망할 수 있다. 소화기관인 위와 장이 심하게 망가진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바짝 마른 모습이다. 그런데도 체성분을 분석 해보면 근육보다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의 형태를 보인다. 이런 분들이 식습관을 바꾸고 제대로 소화를 시켜 몸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주면 처음에는 잠깐 살이 더 빠지다가 근육이 늘면서 체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근육을 움직이며 사는데 그동안에는 근육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몸이 흡수하지 못해 근육을 만들지 못했지만 소화기관이 살아나 충분한 재료를 공급해주니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이 늘어나면서 체중이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마 전 병원에 내원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같은 질병을 가진 대부분의 환자와 마찬가지로 마른 체형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그분이 자전거 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가끔 산악자전거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육이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체성분을 분석한 결과, 그 마른 몸에서 어떻게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분은 운동을 하면서 필요한 힘을 얻기 위해 초콜릿과 사탕, 음료수를 틈틈이 섭취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런 식습관이 근육보다는 체지방을 만들어내면서 장을 망가뜨려 몸의 균형을 깨뜨렸던 것이다.

우리 몸은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근육을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과격하게 또한 끊임없이 운동해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나이가 들면서 한계에 부딪힌다. 이런 경우는 당뇨 환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당뇨 환자들의 경우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고 운동으로 혈당을 조절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써보아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당 수치를 조절하는 일이 어려워 약의 용량이 늘어나고, 하루에 한 번 먹던 약을 아침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경우가 너무도 흔하다. 나중에는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50대에 할 수 있는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70대나 80대에도 똑같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서 젊었을 때와 동일한 양의 운동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쩌다 불시에 다치거나 다른 질병으로 운동을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따라서 운동보다 건강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바로 먹는 것, 즉 입맛을 올바른 방향으로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에게 처음부터 운동을 권하지 않는다. 우선 식사를 바꾸게 하는데, 배에서 열이 나고 그 열이 손가락에서 발가락 끝까지 순환시킬 수 있을 때 움직임이 훨씬 힘 있고 가벼워진다. 이럴 때 몸을 가만히 놔둘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걷고 뛰고 움직이면서 몸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처럼 차분하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글. 신우섭 (의사, '의사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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