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병에 큰 병원 가면 과잉진료 십상

작은 병에 큰 병원 가면 과잉진료 십상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부쩍 많아진 동네병원 중에 내게 딱 맞는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방문해 확인해 볼 수도 없는 노릇. 어느덧 의료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에 폭이 커진 대신에 변별력을 요구하는 전문 서비스 시장이 됐다.

병원을 선택할 때 0순위는 바로 ‘위치’일 것이다. 병원은 우선 찾아가기 쉽고, 생활권 내 가까이 있어야 필요할 때 주저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아무리 명의가 진료하는 병원이라도 필요할 때 가까이 둘 수 없다면 가벼운 증상을 미루다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자주 앓는 질환이 있다면 전문분야의 동네주치의를 선정해 두는 것도 좋다. 진료기록이 쌓이면 좀더 세밀한 진료가 가능하고 단골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도가 높아져 소위 3분 진료의 홀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건강문제로 상담할 경우 의사의 인맥으로 다른 병원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직접 병원을 찾아 알아보고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그래서 병원은 회사 가까이, 집 가까이 있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에 거리와 상관없이 비싸도 전문의료진이 포진해 있는 대학병원을 쉽게 드나드는 환자들도 있다. 가벼운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큰 병원을 맹신해 거부감 없이 대학병원을 찾는다.

3차 병원, 즉 대학병원은 중증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아무리 사소한 증상이 있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를 시행하고 이를 확인하는 특성이 있는 곳이다. 이에 중증이 아니라면 과잉진료의 소지도 간과할 수 없다. 동네병원에서 만원이면 해결될 병원비가 30만원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동일 질환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음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라면 좀 더 전문적인 병원으로 발길을 옮길 것을 권유한다. 동일 증상을 놓고 의사마다 진단과 치료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닥터쇼핑으로 병원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처럼 호전이 없음에도 한 곳을 고집하는 것도 병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반면에 큰 병원의 시스템을 경험했던 환자들이라면 큰 병원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긴 대기시간과 복잡한 절차에 지친 환자들은 전문병원이나 인지도가 높은 병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연히 광고로 노출돼 익숙해진 병원은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광고비 역시 간접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처음 찾는 곳이라면 광고보다는 입소문에 대한 무게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지인의 객관적 검증이 있다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에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바로 가격, 즉 진료비다. 똑같은 시술과 수술일지라도 가격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박리다매로 싸게 단가를 책정하는가 하면 의료진의 경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의술은 소비특성상 서비스가 사람의 몸에 직접 이뤄지는 만큼 한번의 소비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고 이에 따른 원상복귀가 어려운 문제도 발생한다. 무조건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기 보다는 전문성을 한번 더 되짚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환자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의료진을 구별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전문의를 찾게 된다. 전문의란 일반의사보다 3년에서 4년 정도의 전문분야에 수련과정을 거치고 시험을 통해 국가에서 전문자격을 인정한 의사다.

병원 간판에 관심만 가져도 전문의는 구별할 수 있다. 현행법상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은 병원이름에 전문 진료과를 병원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과 전문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이라면 ‘00내과의원’으로 표기할 수 있다.

전문의사가 아니라 일반의사라면 ‘00의원’으로 표기하고 그 아래 ‘진료과목 내과’라고 표기돼 있다. 작은 병원들이 밀집된 클리닉 빌딩 내에서는 간판에 병원이름보다 진료과목을 크게 표시해 놓는 경우가 있어 전문의로 착각할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을 방문할 때 간판도 신경 써서 보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환자와 관계가 좋은 의사를 찾고 싶다면 병원 직원이 자주 바뀌는 병원은 피해야 한다. 직원과의 불화가 잦은 의사는 직원도 자주 바꾼다. 직원과의 소통이 어려운 의사는 환자와 소통도 어려운 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곳곳에 병원이 많아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난립한 병원 정보로 혼란이 가중 돼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병원을 선택함에 있어 신중함을 기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피해도 고스란히 환자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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