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높은데... 천식환자 흡입제 처방 25%뿐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치료를 위해서는 흡입제 사용이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처방률이 너무 낮아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천식과 COPD 진료에 대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흡입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천식과 COPD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질환이다.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인 반면, COPD는 유해 입자나 가스 흡입으로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생겨 폐 기능이 저하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활량에 문제가 있는 전체 기류제한 환자의 25%는 천식과 COPD 증상을 모두 갖고 있는 ACOS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삶의 질이 더 나쁘고, 잦은 악화를 경험해 사망률이 높다.
문제는 국내에서 천식환자와 COPD 환자 모두 흡입제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천식환자는 인구 10만명당 102.8명으로 OECD 평균인 45.8명보다 2배 이상 높다. 하지만 전국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적정성 평가에서 천식 환자에 대한 흡입제 처방률은 25%에 불과했다.
COPD 환자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COPD 유병률은 40세 이상에서 13.4%에 이르지만,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환자는 2.4%,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는 2.1%에 불과한 실정이다.
진료 현장에서 천식환자에게는 흡입용 스테로이드제, COPD 환자에게는 흡입용 기관지확장제 사용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다. 흡입제는 약물이 표적 장기에 직접 전달돼 먹는 약보다 효과가 빠르고, 복용량이 적어 부작용의 위험도 낮다.
이처럼 천식과 COPD 환자 모두에게 흡입제 사용이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는 지난 2013년 대한의사협회지에 실은 자신의 논문에서 “천식과 COPD 환자에게 흡입제 사용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법을 잘 몰라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윤호주 교수의 천식 실태조사에서도 의사가 환자에게 흡입제를 처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환자가 사용법을 몰라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46%로 가장 많았다. 흡입제 사용법에 대한 환자 교육이 처방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흡입제는 1백여개의 다양한 용기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용기마다 사용법이 다르고 용기에 포함된 약물의 종류도 달라 환자에게 알맞은 흡입제를 처방하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일 용기의 사용도 강조되고 있다. 윤호주 교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주최로 2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단일 용기의 사용이 두 개 이상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편할뿐더러 흡입제를 이용한 천식 조절과 악화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도 “여러 용기를 사용하면 환자들이 쓰기 번거롭고 순서가 바뀌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며 “단일 용기 사용이 천식과 COPD 개선에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는 천식과 COPD에 모두 치료기전을 갖고 있는 흡입제로 GSK의 세레타이드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심비코트가 출시돼 있다. 시장에서도 이 두 약물은 처방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두 흡입제는 지속성 베타2항진제(LABA)와 흡입스테로이드제(ICS) 복합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LABA 성분은 기도를 확장시키고, ICS 성분은 염증을 완화한다.
세레타이드는 약물이 기도 부위에 흡입되는 정확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GSK는 이와 관련해 흡입제 용기에 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심비코트는 COPD 환자 치료에서 세레타이드보다 폐렴 위험이 더 낮은 임상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천식과 COPD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올바른 흡입제 사용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흡입제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 약효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사용법에 자신이 없다면 가까운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 평소대로 시연해보고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