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의사란 환자에 질문 잘하는 의사”

“유능한 의사란 환자에 질문 잘하는 의사”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얼마 전 의사가 출연한 한 토크쇼에서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는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가운데 ‘질문을 잘하는 의사가 유능한 의사’라는 내용이 큰 공감대를 얻었다. 문진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건네는 질문도 구체적이고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논리적으로 말하기의 중요성에 대해 줄곧 배워왔다. 사회적으로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곧 지성인의 교양이며, 리더의 덕목으로 꼽히는 일종의 필수요건으로 여겨진다. 이에 말하기 능력 키우는 것을 중요시 여기며 은연중에 강요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정작 소통을 잘하기 위해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부재했다. 그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질문을 해야 소통의 방해요인을 줄이며 교감할 수 있는지, 더불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 내 소통교육의 부재는 진료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짧은 진료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질문도 짧아야 하고 대답도 짧아야 한다. 환자의 긴장감을 풀어줄 겨를 없이 질문은 단도직입적이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언제부터 아팠습니까?’ ‘어디가 제일 아픕니까?’하는 식으로 질문에는 보통 세 문장을 넘지 않는다. 환자가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못하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답변을 한다 치면 환자의 말을 잘라버리기 십상이다.

이는 진료대화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의사의 노련한 처세 일수도 있다. 뒤로 밀려 있는 대기 환자를 지체 없이 진료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습관처럼 말을 자를 수도 있다. 진료하는 의사입장에선 환자 이야기를 다 들어주다간 진료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양해 없이 말을 끊는다면 환자는 무안함과 서운함이 교차해 불편함을 내색조차 못하고 진료실 문을 나오게 된다.

오해의 소지는 의사의 진료모습에서도 증폭될 수 있다. 보통 의사들은 환자가 말하는 진료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위해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이 때문에 의사와 환자는 마주 본다기 보다는 사선으로 대칭돼 있는 각도가 된다. 익숙한 진료실 풍경이다. 하지만 환자는 의사의 옆모습을 바라 본 채, 짧은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분위기를 유쾌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진료환경에서 환자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당연히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할까?

의사가 원하는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낯선 환경에서 긴장감을 풀어주고 간결한 대화로 이끌고 싶다면 질문에 따스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진료 중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경우 상태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의사에 밝히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가 의료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하도록 유도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일종에 푸념일 수도 있고 왜 이렇게 아플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하소연일 수도 있다.

횡설수설하는 환자의 대화를 시간 낭비라 여기며 무시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땐 환자에게 살짝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쿠션언어를 사용해 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면 ‘실례하지만’, ‘미안하지만’, ‘번거로우시겠지만’ 등이다. 원래 쿠션언어는 대화에서 거절이나 반론을 제기 하거나 부정 할 때 쓰이지만 대화를 부드럽게 리드하는데도 일조한다.

대화 도중에 쿠션언어를 쓰면 말하는 사람의 매너가 돋보인다. 쉼 없이 말을 한다고 해서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말을 중단시킨다고 해서 무조건 불쾌한 게 아니다. 어떻게 중단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스한 소통이 서비스 품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품질경영이 주목 받는 시대, 서비스 품질을 더해줄 질문은 과연 어떤 것인지 고민해보자. 진료실에서 질문은 짧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따스할수록 좋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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