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술 마실래? 오물 범벅 술통 속 주정꾼

이래도 술 마실래? 오물 범벅 술통 속 주정꾼이재태의 종 이야기(32)

술 주정꾼의 망토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습적인 주취자(酒醉者)는 예로부터 큰 골칫거리였다. 우리나라는 범법자라도 주취 상태에서 한 일이라고 호소하면,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행동이라며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정서가 있다. 남자라면 어느 정도 술을 마셔야 호연지기를 지닌 것이라 판단하였고, 주취 상태에서의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인정미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스스로도 이러한 모습이 싫지만 불가항력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방어하기도 한다.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일제하 조선의 지식 청년이 절망으로 인하여 술을 벗 삼게 되고 주정꾼으로 전락하는데, 그 책임은 울분을 이기려면 술이라도 마셔야하는 사회에 있다고 한 내용이다.

‘술 주정꾼의 망또 (Drunkard's Cloak Man)’라고 불리는 황동 종이 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만들어진, 높이 13cm, 직경 6.5cm, 무게 1kg의 묵직한 금속 종이다. ‘주정꾼의 망또’는 술을 마시고 고주망태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에 대한 영국의 징벌 도구였다. 주정꾼을 나무 술통에 넣고 팔다리와 머리 부분 만을 바깥으로 내민 채 마을을 행진하도록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주정꾼에게 야유를 퍼부었고, 동네 아이들은 죽은 고양이나 썩은 음식물을 던지며 주정꾼을 경멸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 종의 몸체에는 죽은 고양이와 음식물 찌꺼기가 조각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고통을 주는 형벌이나 고문은 오직 노예들에게만 허용이 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정보를 얻거나 범죄 자백을 받을 때, 범죄자를 처벌할 때, 그리고 공포를 주기위하여. 또는 개인적인 증오심을 채우기 위하여 광범위하게 행하여졌다. 중세 유럽에서는 자백을 받기 위하여 법정에서도 고문을 하였고, 교회에서도 고문이 거행된 경우가 많았다. 신에 대한 불경죄나 왕에 대한 모반죄에는 항상 고문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재판의 판결이 되기도 전에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기원전 3세기 스파르타의 폭군 나비스는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고문하면서 “나는 그대를 설득할 만한 재능은 없으나, 나의 고문 도구는 그대를 설득시킬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세상의 악랄한 처벌이나 고문 방법들을 보면, 인간이 이렇게 잔인하고 사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만큼 상상을 초월한 방법들이 많다. 인간의 영리함과 악마성이 합해져서 만든 잔혹한 방법들이었다. 서양에도 우리나라의 ‘능지처참 형’ 이상의 잔인한 형벌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수레바퀴 파열 형’은 죄인을 X-자의 십자가에 눕히고 팔 다리를 네 개의 기둥에 묶었다. 집행인은 철봉으로 죄인의 팔 다리에 일격을 가한다. 손발이 부스러진 죄수의 육체를 수레바퀴에 옮겨 구경꾼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차축으로 회전시켰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사용한 ‘사지 절단 톱’은 도끼보다 서서히 사지를 절단하므로 통증도 더 심하고 굉장한 공포심을 주던 형벌이었다.

종교적 이단자는 화형이 일반적인 처단방법이었으나, 그림에 보이는 ‘유다의 의자’라는 기구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벌만큼이나 잔인한 형벌을 주는 것이다. 공중에서 줄에 묶인 죄수는 항문에 뾰족한 부분이 찔린 채로 목숨을 잃어간다. 부녀자들의 종교재판에서는 ‘거미’라는 도구가 이용되었다. 손톱 모양으로 굽어진 긴 쇠못이 붙어 있는 두 철봉은 거미발처럼 생겼다. 이것으로 유방을 바깥에서부터 짜듯이 찢는 참혹한 기구였다. ‘두개골 분쇄기’는 원추형으로 금속 프레스 기기와 유사한데, 이것을 머리에 쓰고 턱밑에 끼워 넣는 철판과 연결시켜 강하게 조르면 턱에서 이가 빠져 나올 정도로 압박이 가해진다. ‘쇠 국자’라는 도구는, 끓는 납이나 아스팔트를 목으로 들어붓는 기구였다.

고통보다는 창피를 주는 목적의 인도적인 형벌 도구들도 있었다. 반복적으로 술에 취하여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하여 고안된 ‘주정꾼의 망토’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 기구는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사용된 나무 술통도구였다. 술통에 구멍을 뚫어 사람의 머리와 양쪽 팔이 바깥으로 나오도록 하였다. 주정꾼은 이 통을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도록 하였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치욕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였다. 통속에 갇혀 본 자는 부끄러움으로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1551년 ‘선술집 법(alehouse act)’에 의하여 ‘주취’가 공공범죄로 지정되었다. 올리버 클롬웰의 공화정 시절에는 왕당파 지역에 많았던 영국식 맥주 집을 탄압했는데, 이것은 그 시절 주취자에 대한 처벌 기구였다. 1655년 랄프 가드너는 ‘영국의 슬픔’을 읊으면서 이러한 처벌을 받는 술 주정꾼의 모습을 처음 기록하였고, 후일 그림으로도 소개되었다. 영국에서는 뉴캐슬 지방에만 국한되었지만 유럽에도 전파되어 ’술통 칼(barrel pillory: 죄인의 목에 씌우는 칼), ‘뉴캐슬의 망또’, ‘스페인 망토’라고도 불려졌다. 영국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죄를 범한 죄수에게도 가끔 사용되었다. 네덜란드의 델프트시의 상원은 한꺼번에 두 명의 남편을 거느렸던 대범한 여성에서 이와 유사한 ‘나무로 만든 버터통’을 씌운 뒤에 마을에서 행진하게 하여 그 녀의 불륜을 속죄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주정꾼의 망또’는 미국으로도 전해졌고, 남북전쟁 중에는 범법자를 놀리고 낄낄대는 처벌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한쪽을 잘라낸 오크나무 술통에 범법자를 넣고 머리를 위쪽으로 내어놓은 상태로 쪼그리게 하였다. 그 모습이 계란에서 반쪽만 부화된 병아리의 모습과 같았다고 조소를 보냈다고 한다. 이 징벌법은 20세기 들어서도 미국의 몇몇 감옥에서 행하여졌다. 위의 사진은 1932년 플로리다 주의 선빔 감옥소에서 사용된 ‘주취자의 망또’를 밀랍으로 재현한 것이다. 한편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도 늘어나는 주취자들의 행패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는데, 단속된 주취자에게는 상습적인 술주정꾼임을 뜻하는 영어의 첫 자인 "D(drunkard)"라는 큰 글씨를 목에 걸고 다니게 하였다.

이와 같지는 않았지만 독일에는 13세기부터 ‘치욕의 통 (Schandmantel, 치욕의 망토)’이란 도구가 사용되고 있었다. 나무통에 금속판을 대어서 만든 도구로서 죄인은 이 통을 몸에 걸치고 거리를 행진하였다. 주로 밀렵꾼들이나 창녀들을 처벌하는 도구였는데, 동네사람들은 행진하는 범법자를 경멸하며 썩은 야채나 음식물 찌꺼기를 던졌다고 한다. 일부지방에서는 창피를 주는 목적에 육체적인 고통을 더하기 위하여, ‘치욕의 통’을 쓴 죄수의 목에 돌 원판을 씌워 중량을 더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유사 처벌인 ‘스톡(Stock)’은 범법자의 앞뒤로 두꺼운 나무판을 씌우고 다리를 쇄사슬로 묶은 형태였다. 우리나라의 옛날 감옥에서 죄수들이 차던 목 칼과 같은 도구도 있었다. 목 칼을 채우고 손을 묶은 상태에서 공공장소의 기둥에 오랜 시간동안 묶어 두었다고 한다.

여성을 대상으로한 ’브랭크(brank)‘도 비슷한 개념이었다. 말을 함부로 하거나, 남을 험담하는 여자를 처벌하는 도구였다. 쇠창틀 속에 범법자의 머리를 넣고 입에는 뾰족한 금속 재갈로 혀를 찌르게 한 도구이다. 브랭크는 줄로 연결되어있어서 뒤에서 호송하여 동네를 걷는다. 어느 일정한 장소에 도달하면 기둥에 묶어두어서 그녀에게 모멸스런 말을 들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분풀이를 할 기회를 주었다.

영국은 1689년 가장 먼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고문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공표하였다. 교황은 1816년에서야 고문 중지명령을 내렸으나, 프랑스에서는 1870년까지도 고문이 자행되었다. 1948년 유엔은 인권선언을 통하여 유엔 가입국의 고문을 금지하였다.

현대 문명사회에는 과거에 행하여지던 잔인한 체벌들은 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형벌을 가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사소한 범죄로 사형을 처하는 것도 없어졌다. 마구간에 죄인을 넣는 대신 일정한 시설이 갖추어진 감옥에 가두어 두고, 간수들도 훨씬 인도적이 되었다. 그러나 ‘술 주정꾼의 망토’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이 출세의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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