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도 수도권-빅5 병원 쏠림 현상
환자뿐 아니라 임상시험도 이른바 빅(Big)5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가 조성되면서 국내에서 1상 임상시험은 꾸준히 늘고, 국내사는 심혈관계, 다국적사는 항암제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임상시험 점유율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5개 대형병원이 34%를 차지했다. 서울대병원이 2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서울병원 214건, 서울아산병원 194건,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192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36건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대형 임상시험기관이 밀집한 수도권에 편중됐다. 임상시험 1건을 다수의 임상시험기관에서 실시하는 경우까지 합산했을 때 서울이 53%인 1518건, 경기도 16%인 466건으로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부산(181건, 6%), 대구(157건, 5%), 인천(132건, 4%) 등의 순이었다.
국내 임상시험 승인건수는 증가세다. 식약처가 지난해 임상시험계획 승인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승인건수는 652건으로 전년대비 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국내 제약사의 임상시험 승인건수는 220건으로 전년(227건)보다 3% 감소했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승인건수는 248건에서 285건으로 15%나 늘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1상 임상시험은 152건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복합제에 대한 임상시험도 전년대비 36% 증가한 86건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복합제 등 개량신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연구개발비를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인력과 시설 등 국내 인프라가 충족되면서 다국적 제약사의 1상 임상시험도 2013년 25건에서 지난해 40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효능별로 보면 종양 210건, 심혈관계 89건, 중추신경계 58건, 내분비계 55건 등의 순이었다. 제제별로는 합성의약품이 465건으로 71%를 차지해 가장 집중됐다. 바이오의약품이 169건으로 26%, 생약제제가 18건으로 3%를 차지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유전자재조합의약품(109건), 세포.유전자치료제(31건), 생물학적제제(29건)의 순이었다.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로 나눠보면 임상시험 집중 분야는 서로 달랐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심혈관계가 60건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종양이 1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식약처는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 성인병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최근 약제 내성을 극복한 표적치료제와 인체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 조절 항암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임상시험이 눈에 띄는 등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임상시험계획 승인건수가 가장 많은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으로 18건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일동제약 16건, 종근당 12건 등의 순이었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한국노바티스(26건), 한국MSD(18건), GSK코리아(15건), 한국화이자(14건), 한국베링거인겔하임(13건), 한국아스트라제네카(1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수탁전문기업(CRO)은 퀸타일즈 트랜스내셔널코리아(31건), 피피디 디벨럽먼트피티이엘티디(15건), 파마수티컬리서치어소시에이츠코리아(15건) 순으로 많았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참가자가 3개월 이내에 다시 시험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대상자 보호프로그램(HRPP)’을 운영하는 등 참여자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임상시험실시기관에 대한 차등관리제를 도입하기 위해 올해 87개 임상시험실시기관에 대해 수행능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차등관리제는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수행능력을 평가해 3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점검항목과 주기를 차별화해 사후관리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차등관리제 도입을 위한 사전평가를 실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