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척” 히포크라테스가 본 당신의 체질
동양에는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로 구분한 사상체질이 있다.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체질 구분법이 있다. 네 가지 액체설, 이른바 사액체설이다. 고대 그리스의 의성인 히포크라테스가 사액체설을 정리해 중세시대까지 정설로 자리 잡았던 이론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사액체설은 그리스의 자연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주의 구성 원소가 흙, 공기, 물, 불이라는 사원소설을 도입해 사람의 몸도 냉, 건, 습, 열의 성질을 가진 네 가지 체액인 피, 점액, 황담즙, 흑담즙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든 체액이 균형을 이뤄야 건강하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을 국내에 적용하면 어떤 유형이 많을까. 대전대 뷰티건강관리학과 이명선 교수팀이 대구와 포항에 거주하는 20∼40대 여성 4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이들의 체형을 혈액형과 담즙형, 림프형, 신경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서 한국미용학회지 최근호에 흥미로운 결과를 내놨다. 논문 제목은 성인 여성의 식품선호도가 피부건강상태와 체형에 미치는 효과였다.
20~40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체형은 단단하고 골격이 크며, 허벅지에 살집이 있는 혈액형이 38.4%로 가장 많았다. 혈액형은 근육이 발달된 이른바 ‘몸짱’ 체형에 속한다. 이어 크지도 작지도 않고 균형 잡힌 몸매, 흔히 가장 이상적인 체형으로 통하는 담즙형(25.2%), 비만 체형인 림프형(19.6%), 마른 체형인 신경형(16.9%)의 순이었다.
혈액형은 근육이 발달했지만, 허벅지에 셀룰라이트(군살)이 생겨 하체가 비만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발목이 가늘고,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건성 또는 민감성 피부를 갖기 쉽다. 표준체형인 담즙형의 경우 어깨는 넓지만 가슴은 약간 작거나 적당하게 발달돼 있고 골반은 좁다. 전반적으로 신체 균형이 뛰어나다. 여드름이 돋기 쉬운 유형이다.
림프형은 몸이 뚱뚱하고 둥글며 어깨는 두껍고 좁다. 크고 부푼 골반과 굵은 다리를 갖고 있다. 부기가 잦아 손목과 발목이 굵고, 에너지가 부족해 피로를 금세 느낀다. 피부 탄력이 떨어져 트러블도 잦다. 신경형은 사춘기에 성장이 완성돼 왜소한 것이 특징이다. 몸이 전체적으로 가늘고 길며 말랐다. 어깨와 몸통은 좁고 작으며, 가슴은 납작하고 골반은 좁다. 피부는 창백하거나 노랗다. 또 두껍고 각질이 많아 거칠게 느껴지며 노화 속도도 빠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체형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도 차이를 보였다. 혈액형은 35%가 육류, 31%가 채소와 과일, 19%가 곡류를 가장 선호하는 식품으로 꼽았다. 반면 ‘비만형’인 림프형은 육류, 곡류, 채소, 과일의 순으로 선호했다. 신경형과 담즙형의 첫 번째 선호 식품은 육류가 아니라 채소와 과일이었다. ‘음식을 적당히 먹는다’는 비율은 ‘마른 체형’인 신경형이 45%로 가장 높고, 다음은 담즙형(41%), 림프형(30%), 혈액형(29%)의 순이었다. 이번 연구에선 자신의 체형에 대한 만족도도 조사됐는데,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9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