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아있지 말라는데.... 종일 서서 일하면?
직업의 특성에 따라 오래 앉아있을 수도, 오래 서있을 수도 있다. 어떤 자세든지 오랜 시간을 같은 자세로 있다 보면 신체에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오래 앉아있는 것과 오래 서 있는 쪽, 어느 쪽이 더 나쁠까?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의 건강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루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8시간(최대 21.2시간)이나 되지만, 의자에서 일어나 있는 시간은 평균 4.12분에 불과하다. 물론 서서 일하는 직군의 사람들의 앉아있는 시간은 다르다.
미국의 암 발병 사례 가운데 17만 건 이상이 오래 앉아있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병, 비만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도 발표됐다. 오래 앉아있다 보면 엉덩이 허리 등의 신체 부위에 압력을 가하게 돼 지방세포가 군살로 바뀌어 하체비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유의할만한 것은 심장질환과의 관계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더라도 유의미한 위험성을 갖는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한번도 일어나지 않고 앉아 있는 시간은 최대 3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가급적 1시간 마다 1분이라도 일어나 걷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오래 서 있어도 문제
2012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화점 및 면세점 판매직 종사자 3,132명 중 85.7%가 근육질환을 앓고 있으며, 80.7%는 발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오래 서있기 때문이다.
영국 의학계에서도 이미 100년이 넘도록 직업적으로 오래 서있는 직업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근무 시간에 서서 일하는 비율이 높은 사람들은 원활하지 못한 혈액순환과 혈관 부종 등으로 인해 하지정맥류 등에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발, 다리, 관절, 심장 혈액 순환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에서는 임신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혈관, 근육, 발, 다리 등의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데 이는 중력 때문에 아래로 피가 더욱 쏠리기 때문이다. 심장에서 순환되어야 할 피가 오래 서있게되면서 혈관의 판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가 정체되게 되면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 지는 것이다.
오래 서있어야 할 때는 발목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 좋고, 하루 1시간 정도 다리를 위로 올려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 일과 후 반신욕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좋다. 다만 다리에 정맥류가 있다면 오랜 시간 더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 보다 따듯한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이용해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더 나쁜 쪽은?
오래 서 있는 것보다 오래 앉아있는 것이 건강에 더 나쁘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좌식 질환(sitting disease)’이라 하여 흡연의 해악만큼이나 나쁘다고 인식돼 있다. 반면 오래 서있는 것은 정맥류 등에 좋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에 비해 위험도는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래 서있으면 다리가 아파 앉아서 쉬어야 한다는 판단이 즉각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오래 앉아있는 경우에는 대체로 개인차에 따라 자세를 편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몸의 위험 신호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 앉아 일해야 할 때에는 ‘의식적, 고의적으로’ 일어나서 움직여 줘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어떤 척추질환을 앓고 있느냐에 따라 위험성은 달라질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라면 장시간 서 있는 것은 독이고, 허리디스크 환자에게는 오히려 오래 앉는 자세가 가장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래 서있는 것에 비해 오래 앉아 있는 것의 위험성을 고발한 연구들이 지속해서 발표됨으로써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앉아있는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여러 연구들이 아직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의학자들은 앉아있는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이 질병이나 사망 위험도를 증가시키는지 △건강상 위험에 취약한 고위험군의 특성은 어떤지 등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고, 더욱 정확한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