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치타는 왜 애써 잡은 먹이를 남길까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13)
신년 건강 계획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금연과 다이어트의 명암이 갈리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어떤 사람들은 꿋꿋하게 계획을 실천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중도포기의 쓴 잔을 이미 마신 터다.
필자가 진찰실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건강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중용을 지키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다 보면 건강을 잃게 되고, 방심하면서 음식을 즐기다보면 주체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맛나고 기름진 음식에 집착한다.
초원의 치타는 생존을 위해 철저히 음식을 조절한다. 살이 찌면 달릴 수도 사냥할 수도 없다. 애초 인간의 몸에도 치타와 같이 원초적 음식제어능력이 설계되어 있었지만 현대문명에 따라 이 능력은 거의 퇴화됐다. 여러 동물 임상연구에서는 평균 칼로리 섭취량의 6,80% 정도만 제한적으로 공급해도 수명을 30% 이상 늘릴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본 장수인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식사역학조사에서도 20% 이상의 식사량 제한이 장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약간 배가 고플수록 건강과 수명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이미 배고픔의 유익성에 대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여전히 배고픔을 어려워하고 불안해한다.
필자는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는 심리적 주문으로 호르메시스 원리를 강조한다. 호르메시스는 작은 강도의 스트레스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면 더 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커진다는 원리다. 즉 약간의 배고픔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다보면 커다란 스트레스가 닥쳐도 폭식하거나 과식하지 않는다. 배고픔의 정도가 커져도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호르메시스 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의학적 적용이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 백신을 주기적으로 수차례 맞다보면 우리 몸은 백신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나 독소에 대항하면서 차근차근 면역기능을 탑재한다. 학습된 면역기억은 실제로 병원균이 들어 왔을 때 방어능력을 최대 발휘하여 조기에 병원균을 진압하도록 도움을 준다.
배고픔과 친해지게 하기 위해 필자는 우리 병원을 방문하는 비만 환자들을 치료할 때 주문을 알려준다. 힘들 때 마다 한번 씩 속으로 되새기라는 이 주문은 바로 ‘하라하치부(腹八分)’. 세계적인 장수마을인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 노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8할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로서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평생 실천해야 할 건강 신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것이 곧 100세 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비결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배부르지 않게 먹는 것이다.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면 배부르다는 신호가 오기 전에 식사를 멈추어야 한다. 배부르다는 신호를 느꼈다면 이미 적정량을 초과한 상태다. 배가 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다. 처음이 어렵다. 마음이 행동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행동이 마음을 결정하기도 한다. 배부르다는 신호가 오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당신의 건강수명은 늘어난다.
[배고픔을 친숙하게 하는 호르메시스 훈련원칙]
1. 배고픔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라. 배고픔은 나를 건강하게 하는 건강과정이다.
2. 스트레스를 줄여라. 스트레스는 배고픔을 못 참게 만든다.
3. 무한정 식욕을 누르지 말라.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라.
4. 과로하지 말라. 과로는 과식을 동반한다.
5. 체중이 늘기 전에 미리 줄여라. 늘어난 지방세포만큼 식탐은 늘어난다.
6. TV와 인터넷사용을 줄여라. TV와 인터넷은 자연스럽게 배고픔을 싫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