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불치병 환자’ 왜 이리 많은가
대증요법이 불치병을 만든다 (상)
염증은 혈류가 부족할 때 생기는 반응으로 불편한 증상을 동반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몸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이런 염증 반응이 생기면 그것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는다든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거나 주사를 맞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그렇게 된 이유는 불편한 증상을 빨리 없애는 것이 최고의 치료라고 생각하는 환자와 의료인이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항상 어떤 목적 아래 일어나는 것임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고 당장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처치라도 해주어야 하는 의료인이 증상에 대응하는 치료들, 즉 대증요법(對症療法)을 하게 된 것이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아파 죽겠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을 보면 당연히 이런 치료가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증요법은 일시적으로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증상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상을 억누르는 치료 효과가 끝나면 우리 몸은 살기 위해 더 큰 증상을 일이키는 경우가 많다.
결국 처음에는 한두 알의 약으로도 잘 듣던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세 알 네 알, 나중에는 한 주먹의 약을 먹어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접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의료진은 이런 질병은 약으로도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불치병이나 평생 약을 복용하면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장이 무너질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평생 치료될 수 없는 병이라니 한숨만 나오고 특히나 젊은 사람에게 이런 진단이 내려지면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낙심한다. 최근에는 어린 나이에 불치병 판정을 받고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유아기, 청소년기부터 아토피, 류머티즘 관절염, 소아 당뇨, 궤양성 대장염 등의 질병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다.
특히 가임기에 있는 20대와 30대 초반의 여자 환자들에게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궤양성 대장염으로 약을 먹다가 유산을 네 번이니 한 환자나, 결혼을 앞두고도 병 때문에 약을 먹게 되어 혼사를 미루고 있는 여성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원인을 고치지 못하고 대증치료에만 힘쓰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증치료는 수많은 불치병을 만들 뿐이다. 그러나 이런 질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원인을 모르는 의료진이 약으로만 증상을 완화시키려 하다가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몸의 변화는 분명한 원인이 있고, 그러한 변화가 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사실에 입각하여 생각해보면 치유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그런데 만성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대부분 증상이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견뎌보다가 잘 안 되어 약을 먹게 된다.
이 때 먹는 약들이 병을 완치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잠시 억누르는 약이다 보니 대부분 우리 몸의 회복 반응은 잠시 약화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염증반응을 만들어야만 우리 몸은 회복되기 때문에 약 기운이 떨어지면 더 심한 증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의료진은 더 강력한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고, 우리 몸은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글. 신우섭 (의사, '의사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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