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처럼... 정크푸드 값 올리면 비만도 줄까

담배처럼... 정크푸드 값 올리면 비만도 줄까

 

담뱃값 인상처럼 일부 고열량 식품 가격을 올리면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 신동교 연구원과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김정주 연구원은 가당음료 등 일부 고열량 식품의 가격 인상이 비만 억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를 밝히기 위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 연구논문 19편을 분석했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비만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신 연구원은 “분석한 19편은 슈가텍스(sugar tax)나 탄산음료세를 도입한 미국ㆍ영국ㆍ호주 등에서 발표된 것”이며 “19편 중 가당음료 등에 대한 세금 부과나 가격인상이 주민의 비만 억제에 효과적이었다는 긍정적 논문은 12편(63%)이었다”고 했다.

또 “나머지 7편에선 식품 가격 인상정책이 비만 억제에 이렇다 할 효과가 없다, 즉 중립적인 결론이 도출됐다”며 “식품가격을 올렸더니 오히려 비만율이 높아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논문은 1편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탄산음료 가격을 20% 올렸더니 매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횟수가 0.25회 줄었다는, 미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이 있었다(2011년). 가당 음료에 10%의 세금을 부과했지만 1인당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은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아일랜드 연구결과도 포함됐다(2013년). 이 연구에선 가당음료에 세금을 10% 물리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성인 비만을 1.3%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3년에 발표된 관련 연구들에선 가당 음료의 가격을 20% 올리면 성인의 연간 체중을 0.7~1.7㎏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12년 미국에선 가당 음료 가격을 20% 높이면 저지방 우유ㆍ과일주스ㆍ커피ㆍ차 등 비(非) 가당 음료의 섭취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가격 인상 효과(비만 억제 등)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 가구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호주에선 정크 푸드(junk food,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성인의 평균 체중이 연간 1.6㎏, 신호등 표시제(해당 식품의 열량ㆍ영양 등의 상태를 식품 라벨에 신호등 색깔로 표시)를 도입하면 연 1.3㎏ 감소한다는 연구결과(2011년)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세계적 전염병’이라고 규정했다. 이 후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 중이다. 아울러 비만의 사회ㆍ경제적 비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체중ㆍ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조6919억 원(2011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이는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약 6%에 해당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이면서 세수도 늘리는 ‘꿩 먹고 알 먹는’ 정책이 식품 가격 인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민의 비만율을 낮추려면 정크 푸드의 섭취를 최대한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식품 가격 인상 정책에 힘을 실어 줬다.

이미 미국 뉴욕 주와 필라델피아에선 일부 탄산음료에 대해 별도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헝가리에선 설탕·지방·소금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일명 ‘햄버거법’이 시행 중이며 프랑스에서도 탄산음료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덴마크에선 포화지방(혈관 건강에 해로운 지방)이 2.3% 이상 함유된 모든 음식에 대해 지방 1㎏당 16 덴마크 크로네(약 2700원)를 부과하는 ‘비만세’를 2011년에 세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덴마크 국내 식품기업에만 막대한 손해를 안긴 채 1년 만에 폐지됐다. 덴마크 국민들이 고지방 음식을 덜 먹기보다 가격이 싼 주변국가로 가 식품쇼핑을 하는 데 더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건강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특별 과세를 부과하는 것은 담배와 술뿐이다. 김정주 연구원은 “식품에 특정 세율을 적용하거나 고열량 식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서민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시기상조론을 폈다.

이어 “비만 억제를 위해 비만세 도입이나 특정 식품 가격 인상 정책을 펴기엔 아직 한국인의 비만율이 그리 높지 않아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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