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당분 전쟁.... 액상과당의 진실
지난 수년간 미국 연방정부는 자국민에게 채소 섭취를 권해왔다. 올해에는 이 같은 식이지침에 변화가 예고돼 있다. 의학과 영양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방정부 식이지침권고위원회(DGAC)가 이 달 중 예비 권고지침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예비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당류의 제한이다. 액상과당 등 첨가당의 섭취량을 하루 섭취열량의 10%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기로 한 것이다. 첨가당을 통한 열량 섭취를 줄이라는 보편적인 기존 지침에서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한 조사를 보면 미국인은 전체 열량의 13%를 첨가당에서 얻고 있다. 청소년과 젊은층은 이 비율이 17%에 이른다. 주범은 가당음료의 지나친 섭취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식품의 영양성분표에 첨가당의 양을 표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첨가당의 하나인 액상과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가공식품을 통한 액상과당의 섭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액상과당과 건강에 관한 연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유타대학교의 웨인 포츠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액상과당으로 불리는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의 독성이 설탕보다 2배나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액상과당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도 난무한다. ‘과당을 물에 녹였다, 설탕보다 더 해롭다, 충치를 유발한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놓고 설왕설래다. 식품 전문가들에 따르면 액상과당은 설탕과 구성 성분에서 별 차이가 없다. 액상과당이 과당 55%, 포도당 40%, 맥아당 등 5%로 구성돼 있다면 설탕의 성분은 과당 50%, 포도당 50%이다.
유통 중인 대부분의 액상과당에는 설탕보다 약간 더 과당이 들어있지만, 차이도 미미하고 설탕보다 더 적은 것도 있다. 실제 단맛을 나타내는 감미도도 설탕보다 액상과당이 20% 정도 낮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정명섭 교수는 최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열린 액상과당 토론회에서 “액상과당이란 명칭 때문에 100% 과당으로 오인하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며 “설탕보다 단맛이 강해 설탕을 대체하고 있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액상과당은 생산 과정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옥수수단백질이 대부분 제거된다”며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연구보고도 없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액상과당이 설탕 등 다른 종류의 첨가당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355명의 비만환자에게 설탕 또는 액상과당을 10주간 제공한 결과, 두 첨가당 섭취군 사이에서 혈압과 인슐린 분비량, 식욕조절 호르몬 분비량, 간이나 근육의 지방 함량에서 차이가 없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창진 교수도 “액상과당이 비만과 특별한 관련성이 없으며, 액상과당 등 첨가당으로 인한 당뇨병 발병 위험은 직접적이지 않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다량의 과당을 6개월 이상 섭취하면 지방간이나 지방간염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과당이 포함된 모든 감미료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결국 액상과당도 섭취량의 문제로 귀결된다. 액상과당이든 설탕이든 첨가당의 과다섭취는 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이혜영 연구관은 “액상과당에 건강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미국에서 나온 것으로 아직 국내에서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국내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적절한 첨가당 권장량을 설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