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슴... 노출... 그리고 육체의 편견
시대가 달라져도 여성을 미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관행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의 육체는 보다 노골적인 상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세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일만은 아니다. 여성에게 순결함을 강요하던 시선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남성의 노출에는 관대한 반면 여성의 노출에는 민감한 시선을 던지는 이중성은 아직까지 여성의 육체를 음성적인 영역 안에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성이 과감하게 육체를 드러낼 때 남녀의 몸에 대한 잘못된 시선이나 편견이 줄어들 수 있다.
섹시 콘셉트의 여가수에게 청순함을 바랄 필요는 없다. 청순하고 순수한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을 ‘순결’의 카테고리 안으로 포함시키는 또 다른 방법의 구속일 뿐이다.
따라서 ‘벗다’, ‘노출하다’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그보다는 여성의 육체를 양지로 끌어낸 그 이면의 비아냥거림이 더 큰 문제다.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여성에 대한 인신공격이 그것이다.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공격자는 남성만이 아니다. 여성 역시 같은 여성의 외모를 험담하는 가해자가 된다.
여성의 상징인 가슴은 대표적인 비아냥거림의 소재다. 풍만하고 탄력 있는 가슴은 여성성을 강조하지만 처지고 늘어진 가슴은 일반적인 미적 기준과 거리가 있다.
가슴이 처지는 현상은 여성의 일생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막기 위해 잠을 잘 때 브래지어를 하는 여성들도 있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줄어들고 쿠퍼인대가 늘어나 가슴의 결합조직이 약해진다. 특히 폐경기를 지나면 이러한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가슴 처짐은 노화와 중력의 합작인 만큼 브래지어를 오래 착용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브래지어는 유방을 받쳐주는 지지조직의 성장을 방해해 가슴 처짐을 가속화한다.
물론 운동을 할 때는 브래지어를 입어야 한다. 달리기처럼 가슴이 많이 흔들리는 동작은 결합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푸시업처럼 가슴 탄력을 키워준다는 운동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운동 역시 한계는 있다. 쿠퍼인대를 포함한 가슴 주변의 결합조직을 강화해 부분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정작 가슴 자체는 근육이 아닌 지방이기 때문에 탄탄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인공가슴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보다는 여성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탄력 있는 가슴은 그것대로 아름답게 보면 되고 처진 가슴은 또 그것대로 받아들이면서 놀림거리로 전락시키지 않아야 한다.
또 탄력 있는 가슴이든 처진 가슴이든 여성의 노출이 긍정적인 기능을 하려면 육체를 드러낸 채 백치미를 풍기거나 어린아이 같이 구는 행동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이는 여성 스스로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영역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꼴이 된다.
1920~30년대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여배우 매 웨스트는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성의 대명사였다. 구명조끼에 공기를 주입하면 그녀의 가슴처럼 부푼다는 의미로 해상 구명조끼가 매 웨스트(mae west)로 불리게 됐을 정도다.
38인치의 풍만한 가슴을 가진 매 웨스트는 활동 당시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즐겨 입었고, 큰 가슴과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했다. 스스로 육체를 노출시키는데 거부감이 없었고 자신의 개방성을 여과 없이 자랑했다.
그렇다고 육체만을 무기로 삼는 여성은 아니었다. 매 웨스트는 연기뿐 아니라 작품도 직접 집필했고, 연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적극적인 활동은 남성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시선을 받으며 선망의 대상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었고 음란한 여성이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 웨스트 이후 등장한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남성의 통제 안에서 조정 가능한 여성의 이미지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웨스트처럼 당당하게 노출을 해도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한, 여성의 육체에 대한 편견은 깨지기 어렵다. 여성들 스스로도 노출 그 자체가 당당한 것이 아니라, 남성과 대등하게 능동적으로 활동할 때 노출의 가치가 생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성욕을 가진 인간이 탄력 있는 가슴과 처진 가슴을 동일한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여성의 육체를 가진 당자와 이를 바라보는 삼자의 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미의 관점에서 벗어난 육체를 폄하하는 시선만큼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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