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왜... C형간염 유병률 유독 높아
국내에서 C형간염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2011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부산이다. 부산의 C형간염 유병률은 전국 평균의 1.76배에 이른다. 전남(1.48배), 경남(1.31배), 제주(1.2배), 서울(1.13배)보다 유독 높다. 왜 그럴까.
7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부산지역 환자들이 다른 지역 환자들보다 C형간염에 감염될 위험요인을 더 많이 보유했다. 정 교수팀이 2010년 6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과 순천향대부천병원, 부산백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 등록된 C형간염 환자 9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이다.
정 교수팀은 부산과 호남권 주민들이 C형간염 위험요인들을 얼마나 소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뒤 이를 수도권 환자들과 비교했다. 국내에서 C형간염 감염의 위험요인으로는 정맥주사 약물남용과 주사바늘 찔림, 문신, 피어싱, 이발관에서의 비위생적인 면도, 혈액에서 C형간염검사를 하지 않던 과거(1995년 이전) 헌혈 혈액의 수혈, 투석, 복잡한 성관계, 혈액 투석, 침습적인 수술, 침술 횟수, 치과 치료 등이 꼽힌다.
정 교수팀에 따르면 외과 수술의 경우 부산 환자들은 13.4%인 반면, 수도권 환자들은 1.6%에 불과했다, 5회 이상 침 치료를 받은 경험은 부산 73.8% 대 수도권 58.3%, 정맥 주사약 사용은 부산 11.8% 대 수도권 5.6%, 성형수술 경험은 부산 60.2% 대 수도권 21.2%, 성 파트너 3명 이상은 부산 42.8% 대 수도권 18.2% 등이었다. 정 교수는 “부산 환자들이 C형간염의 위험요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것으로 드러난 만큼 위험요인을 최대한 피하도록 홍보하는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 다음으로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호남권 환자들은 오히려 수도권 환자들보다 위험요인이 적었다. 정 교수는 “전남에서 C형간염 환자가 많은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나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국내 성인의 C형간염 유병률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높아져 60세 이상에서는 1.5%를 웃돈다. 이번 조사에서 C형간염 환자의 평균 연령은 56.7세였고, 남녀 차이는 거의 없었다.
C형간염은 대개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오염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데 발병 후 6개월 이상 간염이 지속돼 만성간염으로 발전하는 비율이 75% 이상이다. C형간염 환자의 25%가 매년 간경변증 환자가 되고, 이 가운데 1~4%는 간암 환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간학회가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인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임상 분자 간학)』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