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매 성인병 잡는 ‘젓가락 식사법’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11)
필자는 우리 병원을 찾는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성인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식탁에서 숟가락을 치우고 젓가락으로만 식사하라고 처방한다. 젓가락 식사법은 비만을 막고 건강을 지키며 젊은 뇌를 유지하는 일석삼조 식사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해 음식을 먹는다. 숟가락을 이용하면 음식을 지나치게 빨리 먹게 될 우려가 있고 이는 과식과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나트륨, 지방 등이 많이 녹아 있는 국물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병원에 오는 사람들의 신년 다짐으로 담배 끊는 것도 좋지만 숟가락 역시 끊으라고 권한다.
젓가락을 이용해 천천히 음식을 먹되, 젓가락을 항상 들고 있지 말고 음식을 한 번 집어서 입으로 넣은 뒤에는 반드시 내려놓도록 부탁한다. 이렇게 젓가락을 내려놓으면 자연스럽게 입안에 든 음식을 더 꼭꼭 씹어 먹게 되고 식사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우리의 뇌에 있는 포만 중추는 우리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약 15~20분이 흐르면 서서히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만인들의 식사를 지켜보면 대개 10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렙틴이 분비되기 전에 식사를 마치기 때문에 적당량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포만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식사 때 과식이나 폭식으로 보상하기 일쑤다. 이러다보면 자극적인 맛에만 집착하는 미각 중독을 강화하고, 소화 불량을 유발하기 쉽다. 젓가락 식사는 이런 잘못된 식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돕는다. 젓가락 식사의 구체적인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젓가락 식사는 침의 분비를 통해 면역력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침은 우리 몸이 분비하는 최고의 소화 효소이자 면역 물질이다. 침 속에는 강력한 면역 물질과 독성 제거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특히 ‘페록시다아제’라는 효소는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둘째, 젊은 뇌를 유지하고 치매를 예방한다. 젓가락질은 정교한 운동이다. 젓가락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에 있는 근육을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미세 운동으로 뇌의 운동 피질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음식을 씹는 저작 운동은 신경을 자극하여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인지 기능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셋째, 과식을 막아 비만을 예방한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므로 뇌의 포만중추에서 렙틴을 분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줄 수 있다. 또한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턱 근육의 신경을 통해 뇌의 식욕을 관장하는 부위에 자극이 전해져 포만감을 느끼기 쉽다.
넷째, 나트륨의 과다 섭취로 인한 고혈압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국물 음식은 나트륨을 과다섭취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문제는 국물 음식 자체라기보다는 국물 음식을 먹는 방식에 있다. 영양가가 풍부한 건더기 대신 나트륨과 지방 등이 가득한 국물만 떠먹는 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젓가락 식사를 하면 국물 대신 건더기를 먹게 됨으로써 나트륨의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건강관리의 기본은 쉽고도 일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기존의 식탁에서 한 가지만 바꿈으로써 손쉽게 건강으로 가는 한 가지 팁을 획득할 수 있다. 식탁에서 과감하게 숟가락을 치우고 젓가락만으로 여유 있고 건강한 식사를 즐겨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