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좁다, 세계로...” 국내 제약사들 신년사
새해를 맞은 국내 제약업계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 경쟁력이다. 글로벌화는 곧 신약개발로 귀결된다. 정부도 이를 돕기 위해 수천억원의 마중물을 쏟아 붓기로 했다. 해외 진출에 미래 먹거리는 물론, 자국 의약품으로 국민건강을 지키는 제약주권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매출 상위 주요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통한 수출에서, 중소제약사들은 생산성 향상에서 답을 찾겠다는 각오지만, 지난 한 해가 녹록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한양행은 올해 경영슬로건을 ‘혁신 유한, 새로운 가치 창조’로 정했다. 이를 위해 사업목표 책임경영과 시장지향 연구개발, 미래사업 발굴육성, 열린 사고와 창조적 변화를 4대 경영지표로 세웠다. 김윤섭 사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의 도입 신약 공동 판매와 원료의약품 수출이 호조를 보여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녹십자는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 사장이 지난해 승진해 경영전면에 나섰다. 지난 5일 첫 신년사를 발표한 허 사장은 “녹십자의 진정한 저력이 발휘돼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모두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며 각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매출과 성장의 목표는 더불어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와 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독감백신과 수두백신 등 백신 부문의 매출 증대로 수출액 2억 달러를 넘어선 녹십자는 올해도 수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웅제약 이종욱 대표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지난 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서 발판을 구축했다”며 “창립 70주년인 올 해는 국내외 시장에서 귀감이 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힘차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과 함께 고객가치 향상, 일할 맛 나는 회사, 학습과 소통, 몰입을 통한 역량강화를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cGMP(미국 FDA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수준)에 맞춰 전 세계로 수출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하고, 국가별 특화 제품을 생산해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올해를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해’로 정했다. 다가올 큰 변화에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뜻에서다. 강신호 회장은 지난 5일 신년사에서 “회사별로 이익을 많이 내는 사업을 키워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그룹은 지난해를 글로벌을 위해 한 단계 발전하는 해로 삼았다. 기술 수출한 수퍼박테리아 타깃 항생제인 ‘시벡스트로’가 국내 2번째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신약개발 능력을 입증했다. 강 회장은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공략, 글로벌 인재 육성으로 다가올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한미약품은 올해를 글로벌 한미 원년으로 삼고, CP(자율준수프로그램) 정착과 창조영업을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이관순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CP영업 인프라를 확대하고, 현장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공정경쟁의 시장문화가 완전히 확산되지 못한 탓에 목표대로 성장의 결실을 달성하지 못한 채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한미는 지난해 매출 대비 20% 이상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통해 혁신적 당뇨치료 프로그램인 퀀텀프로젝트와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바이오 당뇨신약의 글로벌 후기2상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관절염치료신약의 글로벌 진출 등이 주목된다.
종근당은 지난 2일 천안공장에서 시무식을 열고 올해 글로벌 리더로서 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 구축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이장한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제약기업 본연의 의무에 집중해 혁신 신약을 개발함으로써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5일 시무식에서 ‘가치 향상, 혁신과 도전’을 경영지표로 정했다. 이정치 회장은 신년사에서 조직역량 혁신과 신시장 개척, 수익성 증대 등 3대 경영방침을 정하고, “장기간 준비하고 투자해온 신시장, 신제품, 시설 등을 발판으로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어 낼 것”을 주문했다.
JW중외그룹은 지난 5일 시무식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 70+5’을 선포했다. 창립 70주년인 올해를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 5년 후인 2020년에 가장 신뢰받는 글로벌 헬스케어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종호 회장은 비전 기념사에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비전을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중소제약사들은 글로벌보다 가까운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췄다. 안국약품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전사적 업무소통창달과 생산성향상’을 경영지침으로 삼았다. 어준선 회장은 신년사에서 “창립 60주년이 되는 오는 2019년 이내에는 10대 제약사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조아제약 조성배 대표도 지난 5일 시무식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진해나가자”고 밝혔다. 힘겨운 한해를 보낸 동화약품은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윤도준 회장은 지난 5일 시무식에서 “어려움을 털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