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술은 수면에 진정 도움이 될까
술을 마시고 나면 곯아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잠이 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잘 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술기운이 일으키는 착각에 불과하다. 빨리 잠들었다고 해서 수면의 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사실상 알코올은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술과 수면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을까.
◆잠의 휴식기능을 막는다= ‘알코올중독:임상 및 실험연구(Alcoh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밤에 마시는 술 한 잔은 잠이 드는데 도움이 되지만 잠을 자는 동안 충분한 휴식 상태를 이끌지는 못한다.
런던수면센터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에 따르면 술은 잠이 드는 시간을 단축하는 순기능이 있다. 사람들이 잠들기 위해 술에 의지하는 행동은 이러한 작용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빨리 잠이 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휴식으로써의 수면의 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렘수면이 줄어든다= 수면단계 중 뇌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렘(REM) 수면은 건강한 수면을 취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정신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렘수면 단계를 잘 보내면 낮 시간동안 정신이 맑고, 학습 능력이 향상되며 장기기억 능력이 좋아지고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도 개선된다.
이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은 ‘렘수면 억제제’로 기능한다. 술을 마시면 렘수면을 방해받는다는 것인데, 술을 마시는 양이 많아질수록 렘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즉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 장기기억 능력이 떨어지고, 쉽게 짜증이 나거나 예민해지는 행동을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속 쓰림 때문에 잠이 깬다= 술은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이 근육부위는 음식을 먹지 않을 때 닫힌 상태가 된다. 하지만 술을 마시게 되면 이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서 오랜 시간 열려있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위산이 역류하는 원인이 돼 속 쓰림을 일으킨다. 속이 아파서 새벽잠을 방해받게 된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알코올은 일종의 이뇨제다. 배뇨를 촉진해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우리 몸은 낮보다 밤 시간에 소변을 덜 보도록 프로그램화돼 있다. 하지만 알코올이 이러한 정상적인 수면 사이클을 방해해 한밤중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만든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는 행동은 위험하다. 알코올과 수면제는 둘 다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활성화시켜 수면을 유도한다. 동일한 신경체계를 표적으로 삼는 만큼 수면제와 알코올은 치명적인 조합이 될 수 있다.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위한 필수적인 뇌 영역의 기능을 저해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