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술, 5잔만 마셔도 췌장염 위험 50%↑
맥주나 와인에 비해 훨씬 높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소주다. 과거 독한 술의 대명사였던 소주도 최근에는 20도 이하짜리가 나오는 등 점점 순해지고 있다. 또한 송년회 술자리 등에서도 맥주나 와인 등 비교적 순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는 술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독주는 아무래도 건강에 큰 해를 끼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위스키나 럼 같은 독주를 다섯 잔만 마셔도 급성 췌장염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50%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췌장은 위장의 뒤쪽, 등뼈 바로 앞에 있는 소화기관으로 효소를 분비해 지방과 단백질을 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윗배에 칼로 저미는 것 같은 통증이 생기며 합병증이 생길 경우 호흡기 장애를 일으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이 8만 4000여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알코올이 급성 췌장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평균 10년간 추적한 결과 이들 중 513명이 급성췌장염에 걸렸다.
음주와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위스키나 럼주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 200㎖를 단 한 차례라도 마신 사람들은 급성 췌장염에 걸릴 확률이 52%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같은 형태의 음주를 반복해서 할 경우 발병 위험은 더 높아졌다.
200㎖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는 스트레이트 잔(약 30ml)으로는 일곱 잔 정도에 해당한다. 특이한 점은 비슷한 알코올 양을 마셔도 도수가 낮은 양조주(포도주나 맥주)로 음주를 하면 급성 췌장염 위험이 높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150㎖ 잔으로 와인을 다섯 잔 마시거나 300㎖ 컵으로 맥주를 다섯 잔 마실 경우 몸에 들어온 알코올 총량은 독주 다섯 잔과 비슷하지만 췌장염에 걸릴 위험은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알코올이라도 독주가 췌장의 건강에 더 위협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는 알코올 자체가 췌장염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모든 알코올이 췌장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증류주 같은 독주에는 맥주나 와인 등 양조주에 비해 췌장염을 유발하는 다른 성분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독주의 알코올이 췌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영국 외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Surger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