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병원가... 환자 보내주는 사람이 구세주?

불황 병원가... 환자 보내주는 사람이 구세주?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진 잡티 때문에 고민중인 직장인 강미정(30세 가명)씨는 레이저 시술을 받기 위해 가까운 피부과에 들렀다. 대기 중 직원은 대기시간이 길어질 듯 하다며 오븐에서 갓 나온듯한 빵과 쨈을 따스한 커피와 함께 가져다 주었다. 강씨가 병원에서 처음 먹는 빵은 색달랐고 커피 또한 여느 커피숍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평소 즐겨 찾던 맛이었다. 강씨는 케터링 서비스 덕분에 VIP로 대접받은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돈 쏟아 부어도 안 되는 병원 마케팅?

병원에서는 진료 지불금액이 크거나 단골환자일 경우에 VIP고객으로 삼아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방문에 강씨가 받은 케터링 서비스는 조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첫 방문이든 두 번째 방문이든 고객은 모두 VIP라는 점이다. 이렇듯 의료계는 이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비보험과 병원들이 불황을 맞으면서 고객의 중요성을 뼈 저리게 인식한 결과다.

강남권 의료계가 전체적으로 비수기를 넘어 경제적 불황을 겪고 있다. 몇 달 전 성형외과를 개원한 의사는 수술할 환자가 아닌 상담할 환자조차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급기야는 요즘은 환자를 보내주는 사람이 ‘하나님’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의사 수 늘리기 정책으로 덩달아 병원 수도 많아진 가운데 제한된 소비자수를 놓고 경쟁은 치열해져 가고 있다. 고객 유치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원들은 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천만 원을 호가하는 막대한 돈을 광고에 쏟아 부었다. 병원들은 노출정보와 검색정보가 따라줘야 병원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맹신했기에 광고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광고에 투자한 비용만큼 고객은 유입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유입경로가 광고가 아닌 소개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이 지면광고를 하고 온라인과 블로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정보를 만들더라도 결국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가까운 지인이 경험한 의료진의 기술과 서비스 만족도이다. 소비자는 현명한 소비를 위해 의료진의 화려한 스펙과 새로운 장비에 대한 광고성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그나마 지인의 정보로 병원선택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 지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생생한 정보는 과대광고로부터 속지 않고 병원을 선별 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병원들이 광고로 모실 수 있는 고객의 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이 새로운 고객을 이어주는 입소문의 효과는 광고의 효과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 병원이 기존 고객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맛’ 하나로 승부한 허니버터칩, 병원도 따를 수 있다

대한민국에 열풍을 몰고 온 허니버터칩은 입소문을 타고 업계의 유래 없는 신화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입소문을 만든 SNS가 일등공신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맛을 본 사람들이 색다른 맛에 대한 후기를 올렸고, 만족도가 높은 글을 본 사람들은 먹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됐다. 이 제품이 광고에 노출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입소문’이라는 도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니버터칩은 현란한 광고도 없었고, 박리다매의 저가전략도 없었다. 업체가 2년 여간의 연구개발의 노력으로 핵심상품에 집중해 맛 하나로 승부를 걸었다. 이는 의료 마케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의 심리는 똑같다. 좋은 상품은 소비에 대한 로열티 즉 충성도를 만드는 법이다. 광고와 홍보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핵심상품에 가치를 더하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우리 의료진에게도 필요하다.

정부가 블로그를 이용해 광고하는 바이럴 마케팅도 환자유인행위로 규정해 법적인 단속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들이 전문병원으로 대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어느새 의료계의 양극화가 기정사실화 됐다. 환자로 미어터지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한 달 유지가 어려울 만큼 환자수가 확보되지 않는 병원도 있다. 이들에게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함으로써 입소문을 만드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유일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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