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담배보다 미세먼지가 더 위험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담배보다 심혈관질환 발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9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와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공동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히고, 미세먼지 저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진행된 모든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사망자수는 0.44% 늘어났다. 국내 미세먼지의 대기환경 기준은 24시간 평균 100㎍/㎥ 이하, 연간 평균 50㎍/㎥ 이하이다. 연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우 나쁜 단계인 350㎍/㎥가 되면 사망자수는 13.2% 증가하는 셈이다.
서울 하루 평균 사망자수가 115명이므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 서울에서 하루에 15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 교수는 “서울의 평균 미세먼지가 30㎍/㎥인데, 이 수치를 반으로 줄이면 서울 인구의 수명을 1년 늘릴 수 있다”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해 대기오염을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지난 3월 발간된 WHO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은 전 세계적으로 7백만명에 이르며, 이 중 우리나라가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에서 실내와 실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각각 16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입경 10μm 이내인 미세먼지(PM10)와 2.5μm 이내인 초미세먼지(PM2.5)에 장시간 노출되면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중 허혈성 심질환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비율이 80%로 가장 높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 11%, 폐암 6%, 급성하기도 질환 3%의 순으로 보고되고 있다.
홍 교수는 “동아시아 7개국 27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미세먼지 농도를 20㎍/㎥으로 낮췄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조기사망 예방은 서울이 다른 도시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단기대책으로 미세먼지 단계별 발령에 따른 차량2부제의 제한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극 제기됐다. 중국 산업단지를 거쳐 몰아친 황사가 국내 대기오염원의 4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자동차 연소물질과 산업체 연료사용 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은 국내 대기오염원의 34%를 차지하는 초미세먼지의 최대 배출원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여러 조사를 통해 국민의 80%가 대기오염 해결을 위한 차량통제에 동의하고 있다”며 “예비단계에서 자율적, 주의보와 경보 발령 시 강제적으로 서울과 베이징에서 차량2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경유차량의 내수시장 판매 확대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름 값과 연비 문제로 내수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경유차량에서 배출되는 디젤연소분진과 이산화질소, 다방향족탄화수소 등 오염물질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와 매우 밀접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