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교제와 결혼에 대한 뇌구조는?

미혼남녀, 교제와 결혼에 대한 뇌구조는?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멀지만,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다. 양국의 저출산 기저는 비슷하다. ‘노 웨딩(No wedding), 노 베이비(No baby)’다. OECD 통계를 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 아일랜드 등 유럽국가의 혼외출산율은 50~60%대인 반면, 한국과 일본은 2%대에 그치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출산율이 오르려면 미혼남녀를 결혼으로 골인시키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연구센터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흥미로운 자료를 제시했다. 한일 양국의 미혼인구를 상대로 결혼과 자녀양육에 대한 태도를 분석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미혼남녀를 비교해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취지다.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일본의 2010년 출생동향 기본조사 자료에서 무작위로 18~49세 미혼남녀 1만여명과 50세 미만 부부 7800여쌍을 조사했고, 한국에서는 2010년 인구총조사 자료에서 미혼남녀 1500명과 기혼여성 1500명을 전화 조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일본남성은 초식남 성향이 강했다. 교제하는 이성이 없는 비율이 73.8%로 가장 높았다. 이성 친구도 없는 비율도 가장 높았다. 교제하는 이성이 없다는 답은 일본남성에 이어 한국남성이 66.2%, 일본여성 64.5%, 한국여성 64.4%의 순이었다. 이성교제 의향은 한국남성이 가장 컸고, 전체적으로 한국남녀가 일본남녀보다 더 원했다. 여성의 경우 이러한 교제의향은 한일 양국 모두 35세 이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결혼 의향은 한일남녀 모두 높은 편이었다. 한국남성이 90.6%로 가장 높았고, 일본남성 82%, 한국여성 85.8%, 일본여성 84.3%의 순이었다. 한국 남성은 30세를 전후해 결혼의향이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35~39세에 소폭 증가한 뒤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일본남성은 30세 이후 지속적으로 결혼의향이 감소해 45~49세 때 58%까지 떨어져 그 나이 때 한국남성(70.4%)과 큰 격차를 보였다.

결혼의 이점이 있다는 생각은 한국남성(81.7%)이 가장 강하고, 일본 남성(61.7%)이 가장 약했다. 일본남성은 한일 양국의 여성보다 결혼에 대한 이점을 못 느꼈다. 한국여성의 71.7%, 일본여성의 73.1%는 결혼의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남녀는 ‘자신의 아이가 생기는 것’을 가장 큰 결혼의 이점으로 꼽은 반면, 한국남녀는 ‘정서적으로 기댈 상대가 생긴다’는 데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교제중이거나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한일 미혼남녀들은 공통적으로 결혼자금을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결혼자금 다음으로 주거문제를 꼽은 반면, 일본은 직업문제를 꼽아 차이를 보였다. 어린 자녀의 양육에 있어서는 한일 여성의 인식차가 컸다. 엄마가 일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일본여성보다 한국여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찬성 비율이 한국의 미혼여성과 기혼여성이 90~94%인 데 비해 일본은 69~75%의 분포를 보였다.

이 같은 한일 미혼남녀의 차이는 사회문화와 경제적인 면에서 동시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여성의 일에 대한 열망이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에 따른 것이라면 일본남성의 초식남 성향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소비문화의 변화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한국도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젊은 층의 소비패턴이 일본과 비슷하게 변해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성교제나 결혼에 대한 태도가 일본과 유사하게 소극적인 태도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한일 양국에서 결혼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자리 보장이 앞으로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은 저출산대책에 젊은 층의 자립을 위한 비정규직 대책과 취업지원을 명시해놓고 있다.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출산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엄마가 어린 자녀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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