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어떻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어떻게....”

 

최근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 관련 일탈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성과 관련된 추문이 밖으로 불거져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상당수다. 급기야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교수가 4일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대 현직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이 서울대 강모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도 성추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 중의 하나다. 올해들어서도 유명 대학병원 등 몇 개의 병원에서 성추행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연루된 성추행 사건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출신의 A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비정규직 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가 사실로 판명되면 성 논란을 넘어서 전형적인 ‘갑의 횡포’인 셈이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A 전 원장의 비서로 재직했던 20대 비정규직 여직원 B씨가 “‘A씨로부터 지난해 9월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받아 지난달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가 공공보건의료의 중심축인 국립중앙의료원장 출신이 낯 뜨거운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A 전 원장은 성추행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임기를 남겨두고 돌연 국립중앙의료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중소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의료계는 ‘최고의 국가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장마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것도 약자 중의 약자인 비정규직 여성과의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 성추행 사건은 당사자들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에서 A 전 원장은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직원 중의 한명인 비서로부터 존경을 받기는커녕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의료계에서 올해 발생한 몇 차례의 성추행 논란의 당사자들은 이번 서울대 강모 교수의 구속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공공의료나 대학병원의 리더급에 위치한 사람들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희롱은 성범죄 구성 여부와 관계없이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그 기준은 피해자의 합리적인 주관적 판단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신은 친숙한 표시로 농담을 했어도 상대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인 것이다. 이는 남녀를 불문한다. 기업들이 매년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이런 논란이 조직의 소통과 화합을 크게 해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성희롱을 넘어 성추행 논란까지 빚은 전직 국립중앙의료원장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성희롱 예방교육의 중심축이 되어 할 원장이 오히려 성추행 혐의의 당사자가 됐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홈페이지를 보니 원장 인사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는 곳은 태생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긴장은 맡은 바 역할은 다를지라도 한 공간에서 서로가 소통하고 화합하지 않는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다름’을 서로가 이야기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는 열린 마음이 없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성 추문은 일반 직장의 그 것과는 다른 엄중함이 있다. 윗사람의 성희롱으로 인한 갈등과 번민이 수술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성추행의 진실 여부를 떠나 자신이 병원 홈페이지에서 언급한 "‘다름’을 서로가 이야기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는 열린 마음"부터 없었던 것 같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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