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우유 논란... 오해와 진실 7가지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우유가 흔들리고 있다. 우유의 과다섭취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해외연구가 잇따르면서 우유 섭취에 대한 불안감이 여느 때보다 높다. 오해일까, 진실일까. 식품과 의료 전문가들이 4일 긴급 토론회를 열고, 우유를 둘러싼 7가지 쟁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가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우유와 칼슘 섭취량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매일 우유 2잔, 성인과 노인의 경우 매일 우유 1잔의 섭취를 권장했다. 경기대 식품영양학과 이정희 교수가 밝힌 우유에 대한 진실을 소개한다.
▲ 우유 많이 마시면 암에 걸리나? = 근거가 불충분하다. 오해의 배경은 이렇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일부 낙농가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소 성장호르몬인 ‘rBGH’를 투여하고 있다. 2007년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젖소 중 rGBH를 투여한 비율은 17%,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자유연대 조사를 보면 10% 이하다. rBGH를 투여한 젖소의 우유를 마시면 체내에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인 IGF-1의 농도를 높여 암 발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두유를 섭취한 성인에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일반 우유와 rBGH 투여한 우유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 따르면 rBGH를 투여한 젖소의 우유 섭취로 인한 체내 IGF-1 농도 상승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유아에게 rBGH를 매일 투여한 젖소의 우유를 1.5l 마시게 했을 경우 일일 IGF-1 생산량은 평소보다 1% 미만으로 증가했다. 우유와 두유를 마신 성인에서도 IGF-1의 농도 상승수준은 비슷하게 낮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영향이 단백질 때문인지, 무기질 때문인지 추가연구가 요망된다”며 “rBGH 투여한 젖소의 우유를 섭취해서 인체 내 IGF-1 농도가 상승하는 수준은 매우 미미한 만큼 이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의 증가는 불명확하다”고 했다.
▲ 우유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나? = 일부 맞다.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5% 정도다. 이 가운데 식품알레르기가 원인인 환자는 51%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우유가 원인인 경우는 21%다. 소수의 사람에게서 우유 알레르기로 인한 아토피 피부염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은 우유와 달걀, 대두 등 다양하다. 이 교수는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를 고려할 때 우유 알레르기가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까지 우유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우유 알레르기가 없는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 우유가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나? = 오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우유 섭취량은 성조숙증과 비만, 성장장애의 위험인자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과잉섭취,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인한 고열량, 고지방 식사가 비만과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작용해 성장장애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 교수는 “오히려 우유의 칼슘과 단백질은 어린의 성장과 뼈 발달에 필수적이므로 어린이는 하루 우유 2잔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없나? = 오해다. 서구 국가에서 진행된 소수의 연구에서 우유의 과잉섭취가 골다공증과 골절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보다 육류 위주의 고단백질 섭취가 뼈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단백질 과잉섭취는 보통 일일 단백질 권장량의 2배 수준이다. 대다수 연구에서 우유와 칼슘의 섭취는 골밀도를 높여 골절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육류 단백질 섭취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우유와 육류 위주의 고단백질 섭취로 뼈가 약화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 우유를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지나? =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6만1천여명과 남성 4만5천여명을 11~20년간 장기 추적조사한 결과 우유를 3잔 이상 마시면 사망률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우유 섭취량을 우리나라 국민들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차이 난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남성의 1일 평균 우유 섭취량은 77.6g, 여성은 73g인 반면, 스웨덴인의 우유 섭취량은 1일 평균 남성 290g, 여성 240g에 이른다. 이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지방과 육류 단백질의 섭취량이 높아 해당 연구결과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 임신 중 우유를 많이 마시면 아기에게 아연이 결핍되나? = 틀렸다. 임신부의 우유 과잉섭취가 아기의 아연결핍증을 유발한다는 모자 대상 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오해는 오보에서 비롯됐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임신부가 우유 3잔 이상 섭취 시 신생아에게 저장될 철분 농도가 감소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이 이 연구결과에서 철분 결핍을 아연 결핍증 유발로 틀리게 해석해서 생긴 오해다.
▲ 우유에 항생제가 들어있나? = 우리나라 우유에 항생제가 들어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사람에게 안전한 일일 섭취허용량을 근거로 잔류 허용기준을 도입해 우유의 식품안전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항생제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해당 우유는 전량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