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결혼 여파 이른둥이 급증....의료비에 휘청
임신한 지 37주도 안 돼 엄마 뱃속에서 일찍 나온 신생아를 ‘이른둥이’라 한다. 7달 만에 나오면 칠삭둥이, 8달 만에 나오면 팔삭둥이라고도 했다. 저출산 시대에 고령 임신 등으로 이른둥이 출산은 급증세다. 지난 20년간 출산율은 39%나 줄었지만, 2.5 kg 미만 저체중아는 2배 이상, 1.5kg 미만 극소저체중아는 무려 5배 이상 늘었다.
출산율 제고에 이바지해도 이른둥이를 낳은 집은 걱정이 크다. 의료비 부담 때문이다. 실제 이른둥이 10가정 중 6가정은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의료비 부담으로 부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세계 미숙아의 날(17일)’을 맞아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지난 9월 한 달간 이른둥이 부모 23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17일 학회에 따르면 이른둥이 가정의 60%는 의료비 부담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거나, 금융권을 방문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빚지는 경우가 37%로 가장 많았고, 적금해지 34%, 금융대출 13%, 재산처분 10%의 순이었다.
이른둥이는 장기 상태가 미숙해 출생 직후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해야 한다. 부모들은 이곳에서 의료비를 지출하고, 퇴원 후 병원을 방문하며 추가 지출하게 돼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금융권을 찾은 이른둥이 가정의 경우 5백만원 이상의 의료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4%였고, 1.5kg 미만 극소저체중아 가정의 경우 58%가 50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른둥이 지원은 현재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사업’이 유일하다. 더욱이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50% 이하인 이른둥이 출산 가정에만 제한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지원금 상한선은 1천만원이다. 학회 조사통계위원회에 따르면 1kg 미만 이른둥이 가정의 1/3 이상은 지원금 상한선을 초과해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다.
이른둥이는 평균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겪고 있으며, 호흡기와 폐 관련 질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퇴원 후 지속되는 의료비 지출 부담을 보면 정기적인 외래 진료가 56.6%로 가장 컸고, 재입원 18.5%, 재활치료 13.7%의 순이었다. 이른둥이 10명 중 3명은 일주일 이상 재입원했으며, 한 달 이상 재입원한 경우도 15%에 이르렀다. 특히 1.5kg 미만인 극소저체중아의 경우 장기 재입원이 많았다. 2~3개월(5~12주)이 44.2%, 3~4개월 40.7%였다.
이 때문에 이른둥이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정부 지원의 신설이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른둥이 부모의 32.6%는 치료비 전반에 대한 부담 경감, 21.9%는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재활치료비 지원, 19.5%는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응급실 방문과 재입원비 지원을 꼽았다.
의료비 지원뿐 아니라 이른둥이 가정에 대한 정서적, 심리적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이른둥이를 둔 직장인 부모의 42.6%는 자녀 양육을 위해 사직했고, 40.4%는 무급장기휴가를 택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을 그만두거나 사업규모를 줄이고,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는 경우도 절반에 가까운 42.6%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이른둥이 부모의 24.1%는 자녀 출생 후 부부, 친척 간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이혼을 고려하는 등 가족 간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6명 이상은 이른둥이 출산 경험이 둘째를 가지려는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 부담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남궁란 교수(대한신생아학회장)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이른둥이 출산이) 가정경제를 위협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른둥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더 이상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니며, 태어난 이른둥이가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 방안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