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공격성 촉발.... 미묘한 인간 심리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시켜 상대방의 처지를 동정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촉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와 같은 공감의 감정은 공격성을 유발시키는 작용도 한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캠퍼스 연구팀에 따르면 공감은 공격적인 행동을 예견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공감과 공격성 사이의 연관성은 두 가지 신경호르몬의 역할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에 공감하게 되면 상대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대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공격성이 촉발된다. 공감이라는 감정의 결과로 신체에서 발생하는 생리학적 변화가 공격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신경호르몬은 바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다. 옥시토신은 보호목적의 공격성과 공감이라는 감정과 밀접한 화학물질이다. 바소프레신 역시 동물실험을 통해 짝이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일어나는 공격성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 증명돼 왔다.
연구팀은 공감이 공격성을 일으킨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실험참가자들에게 최근 1년 안에 그들과 가까운 사람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제3자에 의해 위협을 당한 것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묻고, 그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적도록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A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A가 B라는 사람과 경쟁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B가 하는 일을 방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한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그들이 공감을 느낀 상대를 방어할 목적으로 공격적인 감정이 일어났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고통을 느꼈든 느끼지 않았든 간에 상관없이 가해자에 대한 공격성이 촉발됐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들이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낯선 사람인 A에 대한 공감을 느껴 B에 대한 공격적 감정이 일어났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타액 샘플을 채취해 그들의 신경호르몬 유전자 변형체들을 분석해 이와 같은 공격성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안네케 부폰 연구원은 미국 과학뉴스 유레칼러트를 통해 “공격성은 단순히 하나의 성격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감정이입에 의한 충동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명백한 가해자에 대한 공격적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자신이 공감을 느낀 상대와 경쟁자라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심리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인성·사회심리학회보(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