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너무 믿지 마라, 없던 병도 생긴다”

“건강식품 너무 믿지 마라, 없던 병도 생긴다”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두통에 시달리는 여성이 나를 찾아왔다. 큰 병원에서 검사를 했지만 정상이라는데 두통이 심하다는 그녀는 7~8개월간 생강차를 먹고 있었다. 방송에서 생강이 건강에 이롭고, 특히 여성에게 좋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열심히 먹었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줄 알고 열심히 챙겨먹은 그 생강이 바로 두통의 원인이었다. 열성체질인 그녀가 열을 많이 내는 생강을 오래 먹으면서 열이 더 쌓여 두통을 부추겼던 것이다.

그녀처럼 요즘 생강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즐겨먹는 이들이 많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생강은 몸이 냉한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냉해서 생긴 기침, 소화불량, 순환장애 등에 효과를 낸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이들이 오래 먹으면 두통, 속 쓰림, 가슴 답답증, 눈 충혈, 종기, 하혈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열이 많아서 생긴 기침이나 열과 탁한 혈액으로 순환기능이 떨어져 손발이 찬 경우를 냉하다고 오해해서 생강을 장기 복용하면 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평소 출혈성 질병이 있거나, 혈압이 높거나, 열이 올라서 얼굴이 붉거나, 눈이 자주 충혈 되거나, 술을 많이 먹거나, 자주 허기가 지는 사람은 대체로 열성 체질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생강이 맞지 않다.

왜 좋다는 식품이 내게는 맞지 않을까?

왜 누군가에는 생강이 좋다는데, 누구에게는 생강이 이상을 부추기는 것일까?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고유한 특성, 즉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굴 생김새만큼 서로 다른 몸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체를 움직이는 뿌리가 되는 오장육부의 기(氣)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건강 상태도, 특정 식품에 대한 반응도 다르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를 기(氣), 즉 에너지로 이해하고 분석한다. 식품 또한 마찬가지다. 식품의 기(氣)를 크게 한(寒), 열(熱), 온(溫), 냉(冷), 평(平)의 오기(五氣)로 나누어 성질을 이해한다. 이를테면 꿀이나 대추 같이 따뜻한 성질의 식품은 얼려서 차게 먹어도 몸을 따뜻하게 한다. 오이나 참외 같은 찬 성질의 식품은 데워서 먹어도 몸을 차게 한다. 냉성 체질인 사람은 따뜻한 성질의 식품이, 열성 체질인 사람은 찬 성질의 식품이 비교적 잘 맞는 것이 그 때문이다.

이런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좋다고 알려진 식품을 오래 먹는 것은 위험하다. 평소 밥상에 오르는 일반적인 식품도 계속 지나치게 먹으면, 기운이 편중되고 해당 영양소의 과잉으로 몸의 균형을 깬다. 한때 비만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은 ‘팥’을 예로 들자.

팥은 이뇨작용을 원활히 해서 비만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혈액이 부족하거나 소변을 많이 보는 사람이 지나치게 먹을 경우 냉기가 쌓여 몸이 무겁고 마를 수 있다. 특히 냉기가 심한 사람이 팥을 계속 먹을 경우 병을 부를 수 있다. 보통 성질을 가진 일반 곡물도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오래 이용할 경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대체로 성질이 강한 편인 건강식품은 자신에게 맞지 않을 경우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성질이 강한 건강식품의 위험한 과잉증

자신의 체질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먹어야 할 건강식품을 무턱대고 먹는 데는 언론에서 쏟아내는 건강정보도 한 몫을 한다. 요즘 언론에서 소개하는 건강식품 정보를 보면, 대부분 해당 식품의 일반적인 효능만 알린다. 해당 식품이 맞지 않는 체질과 부작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빼고, 주로 반쪽짜리 정보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반쪽짜리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라 먹는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 피해도 늘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급증하는 건강식품의 부작용 피해 보고를 보면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건강식품 관련 부작용 피해가 최근 6년간 2,722건으로 집계되었다. 부작용은 구토, 두통, 현기증, 설사, 변비, 식욕부진, 알레르기, 부종, 위염, 간염, 탈모, 생리 이상, 호흡 이상 등 다양하고, 병원치료를 해야 할 만큼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일선에서도 건강식품의 폐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건강식품으로 오히려 건강을 잃은 이들을 계속 만나기 때문이다. 비타민제와 약도라지를 계속 먹어 비염에 시달리는 사람, 홍삼을 계속 먹어 혈압이 올라간 사람, 알로에를 계속 먹어 설사와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람, 프로폴리스를 계속 먹어 알레르기가 생긴 사람, 견과류를 많이 먹어 소화 장애를 겪는 사람 등 셀 수 없이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도 건강식품 부작용을 겪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아이에게 체질에 맞지 않는 매실과 오미자 엑기스를 계속 먹여 사구체신염이 걸린 경우도 있고, 더 건강하라고 영지버섯을 계속 먹여 고열과 폐렴에 시달리는 약골이 된 경우도 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대학생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고 도저히 학업을 이어갈 수 없어 휴학하고 나를 찾아왔었다. 그 학생과 상담하면서 2주간 강황 엑기스를 열심히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카레의 원료로 쓰이는 강황은 따뜻한 성질로, 한방에서 어혈과 통증을 없애주는 약으로 쓰이지만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 학생은 선천적으로 열이 많아서 강황이 맞지 않는 체질이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강황이 좋다는 정보만 들은 부모는 자식을 생각해서 강황 엑기스를 보냈고, 그 학생은 열심히 챙겨먹다가 열이 너무 쌓여서 쓰러졌던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강한 성질의 건강식품을 계속 먹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생명력을 잃은 ‘가공식품’인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

자연식품 형태의 건강식품이 아닌, 요즘 널리 쓰이는 건강기능식품은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생명력을 잃은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 않을 경우의 부작용과 안전성 등으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인 비타민제를 예로 들자.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발표한 각종 비타민제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캐나다의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연구팀은 비타민B의 과용은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률을 높인다고, 호주의 멜버른 대학 연구팀은 비타민D의 과용은 골밀도를 낮추어 골절 위험을 높인다고,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은 비타민E의 과용은 조기 사망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영국의 레스터 대학 연구팀은 비타민C의 과용은 면역력을 저하시킨다고, 덴마크의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비타민제를 매일 계속 먹으면 수명이 단축된다고,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종합비타민제를 계속 먹으면 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각각 내놓았다. 자연식품에서 특정 성분만을 뽑아낸 가공식품 형태의 건강식품이 우리 몸과 소통하지 못해서 일으키는 과잉증과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건강식품’이라는 이름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건강식품 이용 시, 이것만은 알아두자

특정 건강식품을 이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지, 안전하게 생산된 것인지를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오래 먹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미리 확인하자. 전문가를 통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라도 정확히 알고 난 후에 이용해야 한다.

언론에서 좋다는 말만 듣고 무턱대고 따라 먹는 일은 없어야 하고, 특히 대사기능이 약한 어린이, 노약자, 환자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잘 맞는 안전한 건강식품이라고 해도, 장기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편식을 계속 하는 것은 기운을 편중시켜 결국 몸의 균형을 깬다.

가장 좋은 식생활은 자연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건강식품만 귀하게 여기지만, 자연에서 생산된 ‘자연식품’은 모두 ‘건강식품’이다. 생명력이 있고, 저마다 특별한 영양소와 나름의 효능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일반인이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아는 것도, 수많은 식품의 성질을 제대로 아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치우침 없이 고루 먹는 것이 가장 현명한 식생활이다. 우리 땅에서 안전하게 생산된 제철 자연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 이것이 바로 건강식품의 헛된 광고문구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면역강화법’이고, 올바른 ‘무병장수법’이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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