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77%가 뼈 부실... 검진제도 개선을

50세 이상 77%가 뼈 부실... 검진제도 개선을

 

우리 몸의 뼈는 40대가 넘어서면 약해지기 시작한다. 약해진 뼈는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다. 나이 들어 골절되면 사망률이 2배 가까이 치솟는다. 움직이지도 못해 삶의 질도 격감된다. 골다공증은 그래서 무섭다. 골감소증을 포함했을 때 50대 이후 유병률이 무려 80%에 이른다. 정상인과 차이를 나타내는 골밀도 기준치인 T값이 -1.0 이하 -2.5 초과면 골감소증,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골감소증 환자는 45%, 골다공증 환자는 32% 정도다.

골다공증 진단을 위한 골밀도 검사는 지난 2007년부터 국가건강검진 사업에 포함됐다. 만66세 생애전환기 사업의 하나로 여성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골다공증의 인지율과 치료율은 같은 만성질환인 당뇨, 고혈압보다 크게 떨어진다. 지난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50세 이상의 골다공증에 대한 인지율과 치료율은 각각 22.4%, 11.1%였다. 당뇨와 고혈압은 이 비율이 60~70%대에 이른다.

골대사학회, “검진 시기와 대상, 보험 기준 조정해야”

상황이 이렇자 정책적으로 골다공증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가 포문을 열었다. 학회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골다공증 관리 현황과 문제점을 짚으며,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학회는 골밀도 검사 시기와 대상부터 조정할 것을 제언했다. 70세 남성도 일반 검진에 포함시키고, 여성은 1차 55세, 2차 65세로 검진 시기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망률을 높이는 골절은 골다공증보다 50대부터 진행되는 골감소증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미국의 조사를 보면 골절을 경험한 폐경 여성의 82%가 골감소증이었다.

국내에서는 골절의 경우 남녀 모두 최근 4년간(2009~2012년) 35~38% 정도 증가했다. 이로 인한 사망률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다. 정호연 경희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외 연구를 통해 폐경 후 골다공증 여성은 55세에 스크리닝을 시작해야 조기발견으로 치료가 용이하며,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남성도 70세 이후 20%가 골다공증으로 진단되고 있어 국가검진 취지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했다.

학회는 이와 함께 골다공증 치료제의 보험기준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 이내인 급여 기간을 최소 3년까지 보장하자는 것이다. 골다공증 약물인 비스포스포네이트의 치료 기간에 따른 골절 위험을 분석한 미국 보험 자료를 보면 3년간 치료를 진행했을 때 지속적 치료군과 간헐적 약제 복용군 사이에서 대퇴골절 위험률의 차이가 없었다.

현행 국내 기준으로는 골밀도 T값이 -2.5 이하여서 치료대상에 포함된 뒤 치료 후 1년이 지나 -2.4 이상으로 나아지거나, 새로운 골절이 생기지 않으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치료 개시 1년 후 국내 골다공증 환자 5명 중 4명이 약을 끊고 있는 실정이다. 정호연 교수는 “당뇨 환자의 혈당이 좀 떨어졌다고 보험 적용을 중단하지는 않는다”며 “골다공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했다.

급여기준 5년 확대 시 사회비용 2조5천억원 절감

학회는 골다공증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간을 늘리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양규현 연세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사회비용만 연간 1조5천억원에 이른다”며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급여 기간이 1년 이내인 현재와 치료 개시 후 5년간 약제를 보험 투여할 경우를 비교한 결과, 후자에서 골절율 감소로 5년간 2조5천억원의 이득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미국은 골다공증을 선제적으로 관리한 지 10년이 넘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를 ‘뼈와 관절의 10년’으로 선포하고 국가적으로 다뤘다. 무엇보다 골다공증을 노인 질환이 아닌 청소년 질환으로 판단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더불어 탄산음료 대신 우유를 섭취하게 하는 생활습관 등을 강조해 청소년기부터 골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신찬수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젊을 때 뼈의 축적 여부에 따라 노화 후 골 손실 여부가 달라진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적, 보건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학회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토론회를 함께 한 성창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은 “현재 골다공증에 대한 인지율과 치료율이 적정 수준 아래라는 데 공감한다”며 “학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2기 국가검진 기초계획을 수립하는 내년에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보험 적용도 재정적 우선순위를 검토해 의료의 질을 강화하는 데 참고하도록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