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아이들 굶든가 비만 허덕
보릿고개 시절은 지났지만, 빈곤가구 아동의 절반 가까이는 먹거리를 살 돈이 없는 식품 빈곤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복지부가 발표한 만 18세 미만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생계비 120% 소득 수준인 차상위가구와 기초수급가구 등 빈곤가구 아동의 42.2%는 식품 빈곤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영양실조를 경험한 아동도 46.6%나 됐다.
식품 빈곤으로 밥을 굶는 결식률은 전체 아동의 1.6%였지만, 빈곤가구에서는 이 수치가 크게 뛰었다. 기초수급가구의 경우 12.1%, 차상위가구는 9.8%를 기록했다. 이러한 빈곤가구 아동의 3.4%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전체 아동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10.9%이며, 빈곤가구의 경우 아침식사 결식률은 26.8%나 됐다.
아동비만도 빈곤가구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비만도를 측정하는 신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 아동은 일반가구에서 3.3%인 반면, 빈곤가구에서는 5.2%가 해당됐다. 한국비만학회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층 아동의 비만율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저소득층 아동의 비만율은 10년 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의들은 영양 불균형과 올바른 식사교육의 부재를 저소득층 아동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고소득층 아동은 살찌지 않는 웰빙 음식과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데 비해 저소득층의 경우 햄버거와 라면 등 열량은 높고 영양은 낮은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빈곤가구일수록 가족 모두 모여 밥 먹을 기회가 줄기 때문에 가정 내 식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12~17세 아동의 64.7%는 주 3회 이상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2008년에 비해 약 17%P나 증가했다.
운동량 개선도 시급해 보인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 3일 이상, 30분 이상 운동하고 있는 아동은 전체의 34%에 그쳤다. 전체 아동의 1/3은 단 하루도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아동의 삶의 만족도와 아동결핍지수를 조사한 결과,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아동의 스트레스와 우울 수준도 지난 2008년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