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의료 패러다임 헬스IT로 실현될 것”

“환자 중심 의료 패러다임 헬스IT로 실현될 것”

 

21세기 의료산업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의료비라는 공통분모를 상쇄할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돌파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분야가 바로 IT융합 헬스케어산업이다. IT 강국인 한국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첫 헬스IT 전문 전시회로 지난 달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4 헬스 IT 융합 전시회’는 이러한 잠재력을 파급력으로 바꿀 무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이번 전시회는 국내 헬스 IT가 호환성과 네트워킹에 무게를 실어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시뮬레이션관을 통해 병원과 가정 등 다양한 현장에서 장비가 어우러져 시스템을 이루고, 시스템끼리 상호 연결되는 네트워킹의 강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는 국내 헬스 IT 업체의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처럼 국제적 인증을 받은 병원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해 통째로 판매할 수도 있지만, 모니터링 장치나 센서 등 작은 기기를 만드는 업체의 경우 호환성을 바탕으로 현지 정보시스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권위의 병원정보시스템 인증단체인 HIMSS(미국 의료정보산업협의회)의 존 호이트 부회장은 “임상 프로토콜에 따라 환자 케어를 돕는 최고의 IT 기술을 전시장에 많이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적 접근도 앞으로 활발하게 모색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후원하는 환자정보공유 비영리기구인 OSEHRA의 문성기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은 실질적인 것을 바라고 먼 길을 온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많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는 마케팅적으로 내실을 기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가 장을 마련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원해 1100만불 규모의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병원이 모든 것을 쥐고 가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정부와 병원, 기업 간 협력이 수출 전략의 열쇠”라고 했다.

헬스 IT의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의제 설정도 요구된다. 세계적으로 부상 중인 ‘환자 중심 의료’가 올해에 이어 다음 전시회에서도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전시회 기조연설에 나선 다니엘 샌즈 하버드대 의대 박사도 “환자와 의사 간 비대칭적이던 정보는 협업을 통해 대칭적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며 “병원이 아니어도 환자가 개인의무기록에 접근 가능해야 하고, IT를 활용해 쌍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환자 참여를 이끌어야 의료비 절감과 만족도 제고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환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이 헬스 IT를 통해 실현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최상위권인 미국에서도 헬스 IT를 통해 의료비 지불은 의료공급자의 양적 서비스 제공에서 질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됐다. 미국원격의료협회(ATA) 혼박 전 회장은 “환자 중심 의료로 가려면 한국은 가야할 길이 멀다”며 “기술 자체보다 적정한 대상 환자를 찾아서 기술을 이용해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성기 OSEHRA 대표도 “헬스 IT는 기능적으로 의미 있게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적 도구로만 사업하기보다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엮어주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정보화 측면에서도 다양한 화두가 다음 전시회에서 제시될 전망이다. 국내 의료정보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의 활용과 의료정보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과잉에 대한 우려를 이슈로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 황규연 산업기반실장은 “정부도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의 하나로 IT융합 헬스케어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헬스 IT 융합 전시회가 한국의 헬스케어산업 수준을 한층 높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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