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 현미경 속에 웬 장닭?
기관지세척액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데 “꼬끼오” 소리가 들리는 듯 환청현상이 나타났다. 웬일인가 하고 자세히 관찰하니 편평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 세포들의 덩어리가 장닭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부분에서 세포가 접혀 주둥아리처럼 보이고 커다란 핵은 마치 눈처럼 보인다. 편평세포암에서 세포질 내 케라틴성분이 많아지면 각질이 많아져 파파니 콜라오우염색에 맑은 오렌지색으로 염색이 되고 분화가 안되면 파란색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절묘한 조합이 마치 장닭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듯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2012년 초겨울 청계천에서 본 장닭 연등이 떠올랐다. 이 연등 사진을 SNS에 올린 덕분에 난생 처음 통닭집에서 통닭번개모임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오프라인 상에서 동호인들을 만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되어버렸다.
폐암 환자의 기관지를 식염수로 씻어내어 모은 물을 원심분리기로 처리한 뒤, 염색을 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다양한 세포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재미삼아 하는 것이 아니고 폐암이나 기관지 질환들을 진단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전에 한국의 미라들을 연구할 때 이런 방법을 동원해서 400년 이상 된 ‘애기부들’ 꽃가루를 찾아내 사인을 규명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