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네” 벡스코, 응급현장 생생 구현
교통사고로 왼쪽 정강이에 큰 부상을 입은 환자가 응급실로 긴급히 후송된다. 고통에 찬 환자의 신음 속에 의료진의 손길이 바빠진다. 상태가 심각하다. 가쁜 숨과 함께 동맥에서 출혈이 일어난다. 신속히 혈액과 수액이 공급되자 환자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다.
촌각을 다투는 이 모든 응급상황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현실감있는 시뮬레이션이다. 외상을 입은 사람도 실제 환자가 아니다. 국내 의료장비업체인 메드닉스에서 공급한 의료용 시뮬레이터가 환자를 대신했다. 의료진은 이를 이용해 산소공급과 기관 삽관, 약물 주입 등의 의료 처치를 실습한다. 환자 모형에는 다양한 임상 시나리오가 내장돼 있어 상황에 따른 의료진의 대처에 진짜 환자처럼 반응한다.
◇ 의료실습에서 병원정보화까지... 시뮬레이션 체험
지난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4 헬스 IT 융합 전시회’에서는 첨단 IT 기술로 개발된 고기능 시뮬레이터들이 공개됐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도 병원 현장과 똑 같이 꾸며졌다. 교통사고 외상환자의 의료처치에서부터 복강경 수술, 중환자실에 입원한 폐렴환자의 모니터링, 분만실의 난산 등 다양한 응급상황과 IT 기술이 어우러진 현장들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한국의료시뮬레이션학회가 준비한 의료용 시뮬레이션관에는 의료장비업체인 메드닉스와 레어달 메디컬 코리아의 의료시뮬레이터를 비롯해 아이티아이테크놀로지의 병상의료멀티미디어 단말기, 비티의 의료용 시뮬레이션 기기와 소프트웨어 등 첨단 시뮬레이터 제품들이 집약돼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정현수 한국의료시뮬레이션학회 이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뮬레이터의 반응을 조작할 수 있다”며 “임상 시나리오를 적용해 교육자가 손쉽게 전문 인력의 실습을 지도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디지털병원의 현주소도 병원정보 시뮬레이션관에서 일목요연하게 제시됐다. ‘글로벌 헬스케어센터’를 선보인 부산대병원은 해양관광도시로서의 특색을 살렸다. 주름제거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러시아 환자와 해상선박을 상대로 한 원격의료 모니터링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김형회 부산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해상원격의료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953건의 상담이 이뤄질 만큼 특화된 분야”라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이 구축한 헬스케어센터에는 세롬커뮤니티의 유헬스 건강모니터링 포털 솔루션과 유라클의 해상 및 원격진료 솔루션, 자인컴의 통합의료정보 프로그램인 제이네스와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 개인건강기록(PHR) 등이 한데 모아졌다.
국내 디지털병원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분당서울대병원은 스마트병원을 구축한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병원인 이 병원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700억원 규모의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이 구축한 스마트 헬스케어시스템은 지난 2010년 세계적 권위의 미국 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 Analytics)가 부여하는 전자의무기록 도입 최상위 등급인 7단계를 획득했다. 미국 내 5400여개 병원 중 7단계 병원은 180여개이며, 분당서울대병원은 미국을 제외하고 7단계를 획득한 최초의 병원이다. 이 학회 부회장인 존 호이트 박사는 “7단계 병원은 질과 안정성, 효율성이 높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은 IT기술을 사용해 질을 개선한 중요한 사례”라고 했다.
고도화된 분당서울대병원의 스마트 헬스케어시스템은 ▲RFID와 바코드를 이용한 실시간 투약관리와 약물 유통 프로세스를 통한 투약 오류 최소화 ▲약제와 항생제, 표준진료지침 등 의료진의 의사결정 지원 기능 ▲데이터웨어하우스를 활용한 임상질지표관리 ▲1차 의원과의 진료정보교류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이지케어텍과 헬스커넥트, 퍼시스, 마이크로소프트, 네오젠소프트, 메디아나, 한국로슈진단 등 협력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제품을 연결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국제표준을 위해 용어부터 고객요구에 맞춘 표준구조를 갖췄다”며 “정부와 병원, 기업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 똑똑해진 가정, 병원 밖 건강관리 한 눈에
21세기 의료는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관리가 화두다.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의 건강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헬스 IT 융합 전시회에 마련된 스마트홈 헬스케어관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곳이다. 다양한 가정용 헬스케어기기와 원격 모니터링 건강관리 시스템으로 매일매일 자신의 건강을 점검하고, 건강데이터를 이용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일상 속 헬스IT를 알기 쉽게 구현했다.
뇌졸중이나 근골격계 환자들의 재활을 위해 디게이트가 개발한 스마트 의료기기인 리햅마스터, 서울대병원의 건강관리 스마트시스템과 인성정보의 하이케어 홈닥터 등 원격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만성질환 관리 제품들이 집처럼 꾸며진 시뮬레이션관에 전시됐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특별출연으로 시스템 전반이 연극처럼 소개돼 관람객의 시선을 붙들었다.
한국유헬스협회 김석화 부회장(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유헬스는 스마트홈을 기반으로 한다”며 “원격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기존 의료서비스에 비해 가정 내 만성질환 관리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 다니엘 샌즈 박사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기술을 왜 헬스케어에 활용하지 않느냐”며 “병원이 아니어도 환자들이 개인 의무기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IT를 활용해 쌍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의사와 환자가 더욱 협업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헬스 IT 융합 전시회는 다채로운 부대행사로 관람객의 흥미를 더했다.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패션쇼의 소품이 돼 수시로 소개됐고, 건강정보 라운지에서는 헬스 IT의 최신 트렌드와 비즈니스 모델이 공유됐다. 건강정보 라운지에 참여한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이사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의료IT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때 전자차트의 포화가 예상되는 등 의료IT 서비스의 패러다임 변화는 예고돼 있다”고 했다.
전시와 동시에 열린 글로벌바이오메디컬포럼과 비즈니스 1대1 상담회, 해외병원 프로젝트 발주처 설명회에는 50여명의 고급 바이어와 브라질, 체코, 베트남 등 8개국 발주처와 관련 기업들이 초청돼 내실 있는 상담과 사업설명이 이뤄졌다. 벡스코측은 “처음 열리는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첫 날부터 계약이 잇따르는 등 내실 있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