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질환 우습게 아는데....고통사고 보다 위험
교통사고와 에이즈, 유방암, 전립선암, 혈전 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은 무엇일까. 교통사고나 암일 것 같지만, 정답은 혈전 질환이다. 유럽의 경우 혈전 질환 사망자수는 나머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를 모두 더한 것의 3배에 이른다.
흔히 ‘피떡’이라 부르는 혈전은 우리 몸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긴다. 굳은 핏덩어리가 혈관을 막으면 다양한 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유럽과 북미 등 서구에서는 37초마다 혈전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전 질환에 대해 들어본 한국인은 생각보다 많다. 문제는 심각한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혈전 질환을 교통사고보다 덜 위험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엘헬스케어가 세계 혈전의 날(13일)을 맞아 한국 등 세계 20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발표한 결과다. 한국인은 이 조사에 1천여명이 참여했다.
대표적 혈전 질환인 정맥혈전색전증을 알거나 들어본 적 있는 한국인 응답자는 72%나 됐다. 정맥혈전색전증의 한 종류인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람은 이 중 41%를 차지했다. 이는 20개국 응답자 평균인 35%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혈전 질환을 아는 만큼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교통사고와 에이즈, 유방암, 전립선암, 혈전 질환을 놓고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질환을 물은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57%는 교통사고를 꼽았다. 혈전 질환을 꼽은 사람은 11%로 에이즈(19%)보다 적었다. 혈전 질환의 증상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았다. ‘폐색전증의 자각 증상을 알고 있다’는 한국인 응답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국내 혈전 질환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간 정맥혈전색전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34% 정도 증가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혈전이 정맥을 막아 생기는 질환이다. 다리 등 심부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심부정맥혈전증,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생기면 폐색전증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거나 비행기를 타는 경우, 수술 후에 발생하기 쉽다. 다리 통증과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정맥성 고혈압이나 궤양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하면 폐색전증으로 발전한다. 폐색전증은 폐의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급사할 위험이 크다. 호흡곤란과 흉부통증, 빠른 심박동 등의 증상을 보이고, 일부는 각혈을 하기도 한다. 폐색전증은 재발할 경우 치명적이다.
심각한 반면,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으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질환도 정맥혈전색전증이다.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로 흔한 심혈관 질환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정확히 알고 예방하면 사망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운동 등 신체 활동이 혈전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실제 장기간의 부동자세나 좌식생활은 혈전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90분 동안 앉아있을 경우 무릎 뒤의 혈류가 반으로 줄고, 혈전 생성의 위험은 2배 증가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신체활동 실천은 개선이 요구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건강행태 지표를 보면 걷기를 포함한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005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21%나 감소해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